동지를 기다리며
동지를 기다리며
  •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 승인 2020.12.10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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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 論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동지(冬至)는 24절기 중 하나로, 대설(大雪)과 소한(小寒) 사이의 절기다.

태양이 적도 이남 23.5도의 동지선(남회귀선) 즉, 황경(黃經) 270도의 위치에 있을 때가 동지(冬至)로 매년 양력12월 21일에서 23일 사이에 동지가 든다.

동지는 일 년 중 낮이 가장 짧고, 밤이 가장 길다. 따라서 동지가 들고 나면, 짧았던 낮의 길이가 길어지는 반면 밤의 길이는 짧아지기 시작한다,

어둡고 차가운 음(陰)의 기운이 쇠퇴하면서 밝고 따듯한 양(陽)의 기운이 커지기 때문이다. 밝음이 극에 달하면 어둠이 시작되고, 어둠이 극에 달하면 밝음이 시작되는 음양의 순환이 이 세상의 운행 법칙임을 알 수 있다.

올해 동지가 드는 시점은 다다음주 월요일인 양력 12월 21일 18시 39분경인데도, 동지가 기다려지는 것은 어떤 까닭인가?

우리 사회 전반을 움츠려들게 만들고 있는 보이지 않는 음의 세력인 코로나 19가 동지를 기점으로 서서히 사라지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물론 이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미처 예상치 못한 온갖 나쁜 일들이 일어날 수밖에 없음은 당연하다.

나쁜 일이 일어나지 않는 세상에는 좋은 일 또한 일어날 수 없다. 밝음은 어둠으로 인해서 밝음이고, 어둠은 밝음으로 인해서 어둠이듯, 나쁜 일이 있어야 좋은 일도 존재할 수 있는 것이 이 세상의 이치임을 잘 알지만, 그래도 동지를 기점으로 코로나 19가 세력을 잃고 사라졌으면 하는 마음에서 동지를 기다리게 된다.

동지를 기다리는 마음이 일자, 문득 주역 64괘 중 길괘(吉卦)로 꼽히는 지천태(地天泰)괘가불쑥 떠오른다.

지천태괘는 하늘이 있어야 할 윗자리를 곤괘인 땅이 차지하고 있고, 땅이 있어야 할 아랫자리에 건괘인 하늘이 위치해 있는 괘다.

일견하기에 하늘이 있어야 할 자리를 땅이, 땅이 있어야 할 자리에 하늘이 있는 모습은 혼돈의 상황처럼 느껴질 수도 있는데, 어떤 까닭에 길한 괘로 손꼽히는지 의문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해보면, 하늘이라고 해서 항상 높은 곳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땅이라고 해서 항상 낮은 곳에만 있는 것이 아닌, 상하(上下)가 하나로 소통되는 아름다운 세상을 상징하는 괘가 지천태괘임을 알 수 있다.

하늘이 땅의 위치로 내려와 있는 것은, 돈 많은 부자나 벼슬이 높은 고관대작들도 겸허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멋진 세상을 상징한다.

땅이 하늘의 위치로 올라가 있는 것은, 돈 없고 가난한 사람들도 당당하게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며 존중받는 살기 좋은 세상을 상징한다. 또한 낮과 밤 및 여름과 겨울 등이 바뀌는 음양(陰陽)의 순환 법칙을 상징한다.

이 같은 맥락에서 “무평불피(无平不陂) 무왕불복(无往不)” 즉, 고개나 비탈 없는 평지 없고, 돌아오지 않는 떠남은 없다는 것이 지천태괘의 효사다.

고갯길이나 비탈길 없는 평지 없듯이, 우리의 삶도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고갯길과 비탈길을 만났지만, 이제 곧 평지를 만나게 될 것이다. 또한 우리 곁을 떠나갔던 예전의 자유로운 일상들이 다시 돌아올 것도 너무나 당연하다.

언제나처럼 어둠이 걷히고 새날이 밝아 오듯이, 오는 21일 동지를 기점으로 코로나 19가 지구촌에서 사라지기를, 그래서 세상이 더 맑고 밝아짐으로써 전 인류가 행복해지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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