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의사당과 가덕도신공항
세종의사당과 가덕도신공항
  • 권혁두 기자
  • 승인 2020.12.06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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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권혁두 국장
권혁두 국장

 

국회는 지난 2017년 한국행정연구원에 의뢰해 `세종시 국회분원 설치 타당성 조사'를 했다. 결과는 `베리 굿'이었다. 세종시로 이전한 부처를 관장하는 상임위와 예결특위만 옮겨와도 지방에 2만3000여명의 인구가 늘고 총생산도 785억원 증가해 적지않은 균형발전 효과가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국회는 이 결론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이다. 거기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않았다. 연구용역비 등의 후속 예산이 세워지긴 했지만 스스로 삭감하거나 집행하지 않았다. 2018년 편성한 용역비 2억원은 당시 자유한국당이 앞장서 삭감했다. 세종이 지역구인 이해찬 전 민주당 의원이 국회 세종분원 설치를 위해 20대 국회에서 발의한 국회법 개정안은 정처 없이 방황하다가 자동 폐기됐다.

세종의사당 설치는 그동안 대선과 총선 때마다 여·야당이 경쟁적으로 내걸었던 공약이다. 그런데 선거가 끝나면 곧바로 외면 모드로 돌아선다. 거들떠보지도 않다가 다음 선거가 닥치면 다시 끄집어내 들고나오는 낯 두꺼운 행태가 반복돼 충청권 유권자를 모욕하는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2017년의 국회 용역결과가 3년이 지나서야 빛을 봤다.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에서 세종의사당 건립비 127억원이 통과됐다. 어렵게 첫발을 뗐지만 낙관만 할 상황은 아니다. 국회 안팎의 반론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위헌 타령은 여전하고 부동산 문제가 세종까지 확장될 것이라는 우려에 집권당이 각종 정책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동원한 고육책이라는 정치공세도 받고 있다. 추진 주체인 국회의 의지도 의심스럽다. 국회는 2019년과 2020년 책정한 1억원씩의 용역비를 집행하지 않고 사장시킨 전력이 있다.

특히 야당인 국민의힘의 분위기를 보면 세종의사당으로 가는 길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의심을 거두기 어렵다. 서울시장 후보로 꼽히는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그제 “여의도 국회를 세종시로 옮기고 그 부지에 아파트단지를 개발하자”고 제안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곧바로 선을 그었다. “개인의 의견일 뿐, 국회를 세종시로 옮기는 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가능성과 구체적 방법론을 숙고하지 않은 다짜고짜 수준의 발언이기는 했다. 그렇더라도 세종의사당 건립예산을 합의하고 통과시킨 정당의 어른이 바로 다음날 국회 이전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것은 예사로 보기 어렵다.

세종의사당에 대해서는 불편한 의중을 서슴없이 밝힌 김 위원장이 해외 전문가들의 평가까지 받아 추진해온 국책사업이 하루아침에 뒤집힌 동남권 신공항 이슈에 대해서는 완전히 다른 얼굴을 한다. 여권이 내년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노리고 꺼낸 카드라는 사실을 삼척동자도 알지만, 입바르시다는 김 위원장은 한마디 비판도 못 했다. 더 나아가 “적극 검토할 수 밖에 없다”며 힘을 보탰다. 거긴 PK이기 때문인가? PK 출신 국민의힘 의원들이 여당보다 더 적극적인 것은 사실이다. 입지가 가덕도로 정해지지 않았는데도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을 발의하고 민주당과 합동작전을 벌일 태세다. 어찌보면 여당의 전략에 놀아나는 형국이지만 김 위원장은 쳐다만 보고 있다. 세종의사당은 복잡한 문제이고 10조원 이상이 투입된다는 가덕도신공항은 간단한 문제로 보는 모양이다.

만약에 부산이나 대구로 의사당을 옮기기로 했어도 국회가 이렇게 세월만 잡아먹고 있었을까? 주저 없이 정부에 동조해, 여당에 앞서 가덕도신공항을 밀어붙이는 PK 출신 국민의힘 의원들의 `일사불란'과 `전광석화'를 보면서 이런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세종의사당의 표류는 충청권 국회의원들의 `지리멸렬'과 무관하지 않다는 얘기다. 충청지역 의원들은 선거철마다 국회분원 공약에 농락당해온 지역 유권자들을 봐서라도 대오각성해야 한다. 세종의사당 건립에 한해서는 여야가 한목소리로 배수진을 쳐야 한다. 이번에 세운 예산만큼은 내년에 알차게 집행해 세종의사당의 초석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특히 당내 부정적 기류를 막아내야 할 국민의힘 의원들의 분발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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