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주세발 3
조주세발 3
  • 무각 스님 괴산 청운사 주지
  • 승인 2020.12.03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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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자의 목소리
무각 스님 괴산 청운사 주지
무각 스님 괴산 청운사 주지

 

지극한 마음가짐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묻는 이에게

스승은 손목 없는 사람이 주먹을 불끈 쥐는 것 같이 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반갑습니다. 무문관 공안으로 보는 자유로운 선의 세계로 여러분과 함께하는 괴산 청천면 지경리 청운사 여여선원 무각입니다. 제가 상주하고 있는 산골 초암은 나뭇잎을 모두 벗어버린 채로 금풍으로 하늘을 향해 그 가지를 뻗고 맑은 밤하늘엔 둥근 보름달이 떴습니다.

이 시간에 살펴볼 공안은 제법 실상형 공안으로 무문관 제7칙 조주세발(趙州洗鉢) 3입니다.

한 수행자가 조주선사를 찾아와 가르침을 청했습니다. 그렇다면 이것은 무엇에 대한 가르침이었을까요? 이 수행자는 아마도 “나는 누구인가?”라는 이 의문에 대한 위대한 가르침을 청하였을 것입니다. 이 수행자는 바로 조주라는 시대의 거목 앞에서 “저는 과연 어떤 존재입니까?”라는 삶의 거창한 물음에 대해 묻고자 하였을 것입니다.

이러한 존재의 근원을 사람들은 대개 연기, 공, 무아, 생명, 자유, 침묵, 혹은 신성, 진아, 지복, 순수 의식, 사랑, 그리고 부처, 절대자, 하느님 등으로까지 다양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달이 지고 태양이 뜨며, 비가 내리고, 천둥이 울리고, 나무를 자라게 하는, 나의 몸을 움직이게 하며, 나로 하여금 인식과 행위를 할 수 있게 하는 근원적인 힘을 뜻하는 것으로 서로 문화적인 배경에 따라 다르게 표현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러면 우리가 나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이 몸과 마음은 무엇입니까?

몸은 나의 의지와는 전혀 관계없는 우연히 나타났다가 사라지게 되는 사건이나 현상과도 같은 것이며 존재의 근원인 생명과 사랑이 순수한 의식으로 드러나서 머무르는 자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몸이란 바로 이러한 순수한 의식의 인식과 행위를 위한 도구이면서 이것이 머무르게 하는 처소라고 할 수 있지요. 이때의 마음이란 몸과 나와 동일시하면서 생겨나는 개체의식(ego-self)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본래의 순수한 의식이 개체의식으로 바뀌어 그것을 우리가 마음이라고 부르고 있지요. 이 개체의식이 완전히 사라진 상태를 순수한 의식이라 하고 나라고 하는 것은 이 몸과 마음이 아니라 순수한 의식 자체라는 사실을 자각하는 것을 이름하여 깨우침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순수한 의식과 개체의식(마음)이라고 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같은 것이라는 말이지요.

그러므로 수행한다는 것은 “나는 몸과 마음이다.”라고 하는 개체의식을 “나는 순수한 의식이다.”라는 또 다른 의식으로 대체하려는 일련의 노력이라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것은 의식이 의식을 찾는 것이므로 결국 내가 나를 찾는 모든 행위를 말하고 있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무문관 제7칙 조주세발(趙州洗鉢) 4를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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