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로 되돌아갈 수 있을까?
그때로 되돌아갈 수 있을까?
  • 장민정 시인
  • 승인 2020.12.03 19: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生의 한가운데
장민정 시인
장민정 시인

 

날씨가 추워졌다. 세찬 바람에 미세먼지 담뿍 낀 회색빛 날씨만으로도 우리의 기분은 가라앉기 마련인데 코로나의 횡포는 날이 갈수록 맵고 앙칼지다. 1일 확진자 500여명, 어쩌면 하루에 1000여명으로 번질 것이라는 공포 속에서 우리는 어찌해야 좋을지 전전긍긍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다.

시를 쓰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우리 시창작교실에서도 단연 화두는 코로나다. 코로나, 코로나, 피해갈 수 없으므로 작품의 주제가 된 많고 많은 작품들, 아래 시를 감상해 보자.



그때는 몰랐습니다/ 천국에서 살고 있었다는 것을// 마음껏 숨 쉬고/ 마음껏 말하고/ 마음껏 만나는 일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몰랐습니다//

학교는 테블릿 PC속으로 들어가고/ 강의는 스마트폰 속으로 숨고/ 대화는 카톡으로 까똑거립니다 //

기침 한 번 해도 눈치가 보이고/ 숨 한번 크게 쉬려면/ 사방을 둘러보고 마스크를 벗는// 일 년 전이/ 천국이었음을 이제야 알았습니다//

-이제원의 `그때는 미쳐 몰랐습니다'전문



습관이 된 익숙한 일상들이 얼마나 아쉬웠기에 그때가 천국으로 느껴질까? 아무 데나 가고 싶으면 가고 여럿이 어울려 먹고 마시고 담소했던, 기억조차 나지 않는 사소한 일상들이 천국이었다고 말하는 화자의 마음에 공감 100배 별을 달아주고 싶다.

흔히 우리는 “그때 이랬었다면!” 하고 가정해보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모두 다 지내고, 보내고 난 후에야 땅을 치고 후회하는 일, 어쩌면 운명이 바뀔 정도의 엄청난 일은 아닐지라도 “그때”를 떠올리며 울고 웃는 일은 자연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여기서 다 지난 후에야 돌이켜보며 아쉬워하는 인간의 속성을 헤집어 보자는 것이 아니다.

코로나19와의 전쟁이 1년을 맞고 있다. 지겹고 불안한 삶이 언제까지 지속할지 모르는 두려움 속에 하루하루를 힘겹게 지내고 있다. 들리는 전언에 의하면 6백여 년 전 중앙아시아에서 시작한 선페스트, 즉 흑사병이 이탈리아에 상륙해 불과 4~5년 사이(1347~1351년) 당시 유럽 인구의 3분의 1가량이 목숨을 빼앗긴 아픈 역사를 떠올리게 하는 이번 코로나는 그 전파 속도가 삽시간에 세계를 휩쓸 정도로 강력하다고 한다.

오래오래 회자 되면서 진저리쳐지는 그 흑사병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라는 것이다. 섬뜩하지 않은가? 지겹고 불안한 삶이 언제까지 지속할지 모르는 두려움 속에 하루하루를 힘들게 지내고 있는 우리, 언제쯤 자유로운 일상으로 되돌아갈 수 있을까? 그때가 언제란 것인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