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막달에
2020년 막달에
  •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 승인 2020.12.02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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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원의 단말쓴말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포로가 된 2020년이 저물고 있습니다.

20이란 숫자가 연이어 있어 상서로운 해라 여기며 들뜬 마음으로 맞이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막달입니다. 돌아보면 금년은 전 인류가 코로나로부터 일상의 자유를 침탈당한 부끄러운 해였습니다.

그 못된 코로나가 가는 세월이 아쉬워서인지, 저들 세상의 끝이 보여서인지 막달에 이르러 더욱 맹위를 떨치고 있습니다. 인류의 절반은 도륙 내야 직성이 풀릴 것처럼. 하여 지구촌은 목하 살얼음판입니다. 모든 나라들이 전전긍긍합니다. 코로나방역을 비교적 잘하고 있다는 평을 받는 대한민국도 감염의 확산세가 예사롭지 않아 안심할 수 없습니다. 아니 위태위태합니다.

그리하여 사회 전반이 활력을 잃고 암울합니다. 준비했던 송년행사나 송년모임을 줄줄이 취소하고 방콕 할 정도로.

하지만 우리 국민들이 개인의 사생활이나 종교 활동의 자유를 구가하는 것보다 당장은 불편하더라도 감염차단을 위한 정부와 지자체의 통제와 노력에 적극 협조하고 있어 애써 희망을 노래합니다. 그게 바로 시대정신이자 공익구현의 길이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세계 유수의 제약회사들이 다투어 예방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성공하고 있어 고약하기 그지없는 코로나터널의 끝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허니 빼앗긴 일상의 자유회복을 위해 우리 모두 올겨울을 잘 견디어냅시다.

각설하고 해마다 12월이 오면 크게 두 가지 상념에 젖습니다.

하나는 `올 한해도 이렇게 무탈하게 잘 보내는 구나'하는 안도와 감사이고, 다른 하나는 `올 한해도 이렇게 보내다니'하는 후회와 아쉬움입니다. 젊었을 때는 아니 질풍노도의 시기에는 해마다 그 해에 이룰 목표가 있었습니다.

이를테면 사는 집을 월세에서 전세로 옮긴다든지 새집을 장만한다든지 또는 영전을 하거나 승진을 한다거나 계획한 프로젝트의 성공 등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렇게 생업에 관한 일들이 잘 풀린 해는 안도와 감사함이, 그렇지 못했다고 여기면 후회와 아쉬움이 밀려오지요.

허나 은퇴를 하고 70고개를 바라보는 나이인지라 건강상태가 좋으면 잘 보낸 해이고, 자식들과 친지들이 잘살고 있으면 고마운 해이고, 남한테 욕 안 먹고 나름 선한 일 하고 살았으면 근사한 해라 여깁니다.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해외나들이는커녕 친지들과 만남조차도 조심스러워 집 주위만 맴돌고 살았지만 그래도 몸과 마음에 큰 불편이 없으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연초에 백내장 수술을 하여 시력이 좋아졌고, 9월 초에 걸을 수 없을 정도로 허리가 아파 고질인 허리협착증도 시술을 받고는 걸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축복인지를 깨닫는 해였습니다.

생존을 위해 일 년 내내 마스크를 쓰고 살아야 했고,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비대면의 삶과 생활양식에 적응해야 했지만.

요즘 대한민국정부에도 이렇듯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어 어안이 벙벙합니다.

같은 인사권자(문재인 대통령)가 검찰개혁의 적임자라고 극찬하며 국회청문회까지 거쳐 임명한 검찰청장과 법무부장관이 검찰개혁의 시너지를 내기는커녕 허구한 날 원수처럼 싸움질을 해서입니다. 급기야 임기제 검찰총장을 장관이 직무배제 시키고 징계까지 하려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살면서 별별 정권을 보고 경험했지만 이렇게 자기들 식구(?)끼리 잡아먹지 못해 이전투구를 하는 건 처음 봅니다.

저간의 사정은 있겠지만 지켜보는 국민들은 신물이 나고 짜증이 납니다. 늦은 감이 없진 않지만 이제라도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나서서 결자해지를 해야 합니다.

`믿고 임명했으니 싸우지 말고 본분에 충실하라'하든지, `적임자인지 알고 임명했는데 알고 보니 그렇지 않아 누구를 해임한다'하시라.

이도 저도 아니면 `둘 다 해임하고 제 부덕의 소치였다'고 국민께 이해를 구하시라.

순천자(順天者)는 흥(興)하고 역천자(逆天者)는 망(亡)한다 했느니.

/시인·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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