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거 게임
앵거 게임
  • 민은숙 청주 동주초 사서교사
  • 승인 2020.11.30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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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말하는 행복한 책읽기
민은숙 청주 동주초 사서교사
민은숙 청주 동주초 사서교사

 

아직 더 나이 먹어야 철이 들 것 같은데, 그래도 조금은 철이 들었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 화가 났을 때다. 어렸을 적보다는 화를 어느 정도 잘 다독이고 다스릴 수 있게 되었다.

학교에 있으면 애들 싸움을 종종 말리게 된다. 예를 들면, 복도를 지나가다 부딪쳤는데 모르고 지나가면 “왜 부딪혔는데 무시하고 그냥 가냐”와, “몰랐는데 왜 대뜸 화부터 내냐”고 한마디씩 주고받기 시작하면 곧 핵전쟁 급 싸움으로 발전한다. 도닥이고 화해시키고 서로 갈 길 보내는 것도 일이다. “엄마는 동생 편만 든다.”며 억울함을 토로하는 것을 듣다 보면 어려도 억울한 거는 억울하고 열 받는 거는 열 받는 거다 싶다.

그래서 책을 보는데, 이런 상황을 재미있고 유쾌하게 잘 그린 책이 있더라.

이번에 권해주고 싶은 도서는 `앵거 게임'(조시온 글, 임미란 그림, 시드북)이다.

동생이 실수로 핸드폰을 가지고 놀다가 액정을 망가뜨린다. 주인공 서해는 그런 동생에게 “당장 책임져, 물어내!”하며 화를 낸다. 핸드폰 액정을 바꿨다. 그렇게 돌아온 핸드폰에는 못 보던 `앵거 게임'앱이 설치되어 있다. 앵거 게임 앱은 `이 게임은 실제 현실에서 작동합니다. 때에 따라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계속하시겠습니까?'라는 말이 뜬다. 일단 한 번 해보고 별로면 지워야지! 하면서 `네'를 누른다. 그런데 별반 달라진 것은 없다. 그런데 동생이 서해의 슈퍼 미니카를 만지며 놀고 있다. 서해는 화가 난다. 그때 삐리 삐리 신호음과 함께 `화를 내며 공격하겠습니까?'라는 메시지가 뜬다. 바로 `네'를 누르자 `고장 나면 너 때문이야!'라는 말이 동생에게 날아간다. 서해는 속이 시원해진다.

그런데 이렇게 공격하는 말을 계속 쓰게 되면 핸드폰 전원이 꺼지게 된다는 것을 알고 서해는 화를 참기 시작한다.

아이에게 화를 참는 법을 알려 주려고 할 때 좋은 책인 듯싶다. 아이들 중엔 화가 나면 손이 먼저 나가는 아이들이 있다. 화를 참고 다스리는 법을 주인공 서해의 모습으로 보여 주고 있다.

작가 조시온은 초등학교 선생님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의 화를 잘 잡아냈구나 싶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핸드폰을 대상으로 이야기를 잘 구성한 것 같다.

삽화가인 임미란도 책 구성을 핸드폰 화면처럼 해 두어서, 핸드폰 위를 보면서 앱의 상태, 아이의 기분을 보는 재미도 있다.

아이들의 화가 많은 시기다. 아이들은 실컷 놀고 친구들과 부딪혀야 하는 시기다. 친구들과 친해져서 서로 붙어다니며 대인 관계나 싸우는 법, 화해하는 법을 배우는 시기다.

그런데 “붙지 말고 떨어져라. 거리두기 하자.”라고 이야기 하는 때가 잦아졌다. 같이 붙어서 놀고 있는 애들을 거리두기 시켜야 하는 마음이 좋지가 않다.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며 애들 싸움 말리고 달래느냐 지친 부모들에게도 권해 주고 싶다. 얼른 코로나19 상황이 끝났으면 싶다.

화를 내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도닥이는 법을 알려주는 이 책. 어른들에게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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