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턴의 아틀리에
뉴턴의 아틀리에
  • 하은아 진천교육도서관 사서
  • 승인 2020.11.23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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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말하는 행복한 책읽기
하은아 진천교육도서관 사서
하은아 진천교육도서관 사서

 

수학을 매우 잘하진 않았지만 좋아했다. 방정식 계산이 딱딱 떨어질 때, 계산한 값으로 그래프가 그려질 때 희열이 느껴졌다. 과학도 마찬가지다.

속도를 계산해내고, 빛의 굴절을 설명해주고, 분자구조를 그려내는 것이 마냥 좋았다. 이러한 지식이 내 삶 속에서 어떻게 융합되어 양식이 되는지는 생각하지 않았다.

40년 넘게 살다 보니 왜 학교에서 그렇게 많은 지식을 가르쳐주었는지 알겠다. 물리학을 알지 못하고서는 세상의 원리를 알지 못하고 그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수학적 지식이 필요하다.

또한 우리의 삶을 표현하고 타인과 더불어 살기 위해서 예술적 감각이 있어야 한다.

학교는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해주기 위한 기본 지식을 알려줬던 것이다.

그런 다양한 분야의 지식이 쌓여 화학반응을 일으켜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오고 그 결과물들로 우린 갖가지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이제야 깨달은 것이다.

도서 `뉴턴의 아틀리에'(김상욱, 유지원 저·민음사·2020)는 감수성 많은 물리학자와 논리적인 예술가가 만나서 예술을 과학적인 측면으로, 과학을 예술적인 측면으로 서로 이야기하는 책이다.

학교 다닐 때 배웠던 과학적 지식과 미술 교과서에서나 봤을 법한 작품에 대한 상식을 끌어올려 저자들이 이야기하는 것을 이해해 본다.

접점이라고는 하나도 없을 것 같은 두 학문 속에 살아가는 저자는 미술 속에서 과학적 요소를 찾아 이야기해주고, 하나의 창의적인 세계를 가진 미술 속에서 치밀하게 계산된 과학을 이야기한다.

26가지 주제를 각자의 분야에서 해석하고 이야기한다. 어색하지 않다. 주제가 연결되는 지점이 신선하다.

물리학자 김상욱은 “점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이다.”라고 말하면서, 점 하나로 쇠라의 그림을 설명한다. 조르주 쇠라는 점묘화, 공원의 풍경이 사진처럼 떠오른다.

그 작품을 점의 성질로 이야기해준다. 쇠라는 점의 차가운 성질, 우리 모든 것은 점들로 이루어져 표현되고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어 그런 그림을 그린 걸까? 과학적 지식이 미술에 재미를 주는 순간이었다.

타이포그래피 연구자인 유지원은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는 글자체에 이야기한다.

유머가 깃든 진진한 글자체라니 폰트를 사용하면서 `예쁘다, 정갈하다'이외의 감정을 느껴본 적이 있을까?

머릿속에 있는 여러 개의 방에 문이 생긴 기분이다. 창문도 생기고 옆방으로 놀러 갈 수 있는 방문이 활짝 열렸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미술가이자 조각가, 과학자, 수학자였다 하지 않은가. 문이 없는 방에 햇볕 한 줌 들어올 수 있는 창문을 바란다면, 이 책을 읽어 보았음 좋겠다. 미술과 과학이 함께 웃는 경험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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