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목소리
당신의 목소리
  • 양철기 교육심리 박사·원남초 교장
  • 승인 2020.11.12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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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으로 보는 세상만사
양철기 교육심리 박사·원남초 교장
양철기 교육심리 박사·원남초 교장

 

오래전 총각 선생님들과 자신의 이상형 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미모, 몸매, 성격, 가정배경, 종교 등등 모두 자신만의 이상형이 있었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것은 `목소리'를 최고의 매력 포인트로 여기는 후배였다. 그 당시에는 참 싱거운 후배라고 생각되었지만 나이가 들어갈수록 그 후배의 생각에 마음이 끌려간다. 그 후배는 매력적인 목소리의 소유자를 지금까지 찾고 있다.

`100년을 살아보니'의 저자 철학자 김형석 박사에게는 턱도 없는 연수지만 그래도 인생을 한번 진지하게 뒤돌아볼 나이 50대. 문득 50대 중반에 들어서는 나의 목소리와 말투가 궁금해졌다.



# 황소 울음소리 연습하기

나이가 들면 목소리도 변한다. 얼굴을 보면 살아온 세월이 보인다고 하는데 목소리를 들으면 그 사람의 품격이 보인다고 한다. 나이 50에 어울리는 말투와 품격은? 중저음의 콘트라베이스와 같은 묵직한 목소리를 가진 사람과 품격있는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은 매력적일 것이다.

흔히 목소리에 힘을 내지 못하고 있다면 몸이 약해진 것으로 판단한다. 그런 사람들에게 코칭 강사 김번준은 황소울음소리를 하루에 열 번씩 연습해보라고 조언한다. `음메~'라고 10번씩. `움메~'할 때의 그 소리의 높낮이와 빠르기를 기억하여 그렇게 말하면 멋진 목소리와 말투가 된다. 50에는 50에 맞는 목소리와 말투가 있다.



# 방향성 있는 매너

매너의 사전적 의미는 `일상생활에서의 예의와 절차 또는 행동방식이나 자세'이다. 매너는 상대방과의 관계에서 나오는 것으로, 자신보다 강한 사람, 윗사람에게 매너가 없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문제는 자신보다 약한 사람, 아랫사람, 나이가 적은 사람에게 어떤 목소리 어떤 말투로 매너 있게 대하느냐다. 매너의 방향성을 중요시 여겨야 할 50대이다.

진짜 어른이 될 50대는 매너의 방향이 아래로, 약한 대로 흘러 가야 한다. 일방적으로 세상에 내뱉는 경솔한 입과 달콤한 말만 받아들이는 어리석은 귀를 가지고는 남은 50년을 어른답게 매너있게 살 수 없을 것이다. 50이 되어 변화해야 할 나의 주제는 입과 귀, 말투만 잘 가다듬어도 충분히 멋지게 살아낼 수 있을 것 같다.



# 하지 말아야 할 말은 끝까지 하지 말아야

나이가 들고 지위가 올라갈수록 하지 말아야 할 말은 끝까지 하지 말아야 한다. 나이 50이 되면 세상을 좀 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섣부른 판단과 선입견이 개입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럴 때 현상학자 후설( E. Husserl, 1859-1938)은 `에포케(epoche)'를 외쳤다. 에포케는 고대 그리스어로 `정지, 중지, 보류'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며, 현상학에서는 어떤 현상이나 사물에 대해 다 안다고 생각하지 않고 판단을 보류하거나 중지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성급하게 자신이 다 안다고 생각하는 것은 심각한 오류의 근원이 될 수 있다. 판단하는 사람에 따라 그 입장, 상태, 조건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어떠한 것에도 가장 좋다거나 나쁘다는, 또는 옳다거나 그르다는 판단을 할 수 없다. 따라서 진리에 가까이 가기 위해서는 무엇에 대해서든 판단을 유보해야 한다. 이렇게 판단을 중지 혹은 유보했을 때 타인이 보이고 세상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50대에는 하고 싶은 말이 많아도 `에포케'를 외칠 필요가 있다.

나이 들면 얼굴보다 마음에 더 많은 주름이 생긴다고 프랑스 철학자 몽테뉴가 말했지만, 나이 들어가면서 얼굴보다 말투에 더 굵고 많은 주름이 생기는 것 같다. 이제 본격적으로 나이 들어가는 50대, 이마의 주름과 흰머리만 쳐다보지 말고 목소리와 말투도 녹음해서 다시 들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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