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선과 한국 정치판
미 대선과 한국 정치판
  • 오영근 기자
  • 승인 2020.11.12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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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논단
오영근 선임기자
오영근 선임기자

 

미국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더 정확히 말하면 미 대선이 아니라 대통령 선거인단 선거가 끝났다.

진짜 미 대선 날은 선거인단 투표가 예정된 오는 12월 14일이다. 바이든의 법적 당선은 그날 확정된다.

그럼에도 미 대선이 끝났다고 하는 것은 선거인단 선거 결과로 당선자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하루만의 투개표로 대통령을 뽑는 우리네 대선과는 괴리가 커도 너무 크다.

대선기간도 1년 이상 소요되는데다 선거과정도 이해하기 힘들만큼 복잡하다.

외형상으로 보면 비합리적이고 비능률적이다.

세계 패권국가인 미국이라지만 대통령 선거제도는 한편 후진스럽게 보이기도 한다.

미 대선역사에서 사례가 없는 트럼프의 선거불복 몽니는 가히 코미디 같기도 하다.

부정선거 운운하는 것을 보면 우리의 선거판을 빼닮은 것 같아 헛웃음이 나온다.

달포 전쯤 대한민국 제1야당인 국민의 힘이 당 색깔을 바꿔 달았다.

그동안 사용해 오던 `빨강'(미래통합당은 핑크)을 버리고 `빨강, 파랑, 하양'을 선택했다.

당색 변경은 김수민 당 홍보본부장이 맡았다.

청주 출신의 전 미래통합당 국회의원이었으니 청주 시민들의 관심도 적지 않았으리라.

김본부장은 원래 `빨강, 파랑, 노랑'을 당 색깔로 제안했다고 한다.

하지만 당내 반대 목소리가 높았다. 진보 색깔인 노랑에 대한 거부감이 컸다고 한다.

논란 끝에 김종인 당비대위원장의 의중이 받아들여져 노랑이 하양으로 대체됐다는 후문이다.

당이 색깔을 바꿨다는 것은 당 정체성의 변화를 의미한다.

당색을 바꾼 국민의 힘이 정체성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아직은 말하기 섣부르다.

본래 한국 정치사에서 보수의 전통색깔은 파랑이었다. 반대로 빨강은 진보의 색이었다.

유럽 여러 국가도 마찬가지다. 국민의 힘은 보수당이다. 전신인 새누리당과 그 이전의 한나라당-신한국당, 민정당 때부터 32년간 파랑을 당색으로 써왔다. 그러나 보수의 색이 빨강으로 바뀐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서다.

대선의 민심을 잡기 위한 충격요법이었다. 반응은 충격적이었다. 레드컴플렉스가 유독 강한 대한민국에서 `빨갱이'로 치부됐던 빨강은 보수에 금기시됐던 색이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대선 정책도 진보의 전유물인 경제민주화나 복지정책 등을 내세웠다.

변신은 성공했다. 새누리당은 집권에 성공했고 향후 보수정권 10년을 유지했다.

진보를 자처해온 민주당의 당색은 녹색이나 노랑이었다. 민주평화당을 시작으로 민주통합당까지 30년간 그래 왔다. 그러나 2013년 민주당도 당 색깔을 파랑으로 바꿨다. 역시 선거를 앞두고서다.

파랑은 보수당의 상징 색이었지만 보수당이 빨강을 선점하니 파랑을 붙잡았을 터였다.

파랑으로 옷을 갈아입고 2016년 총선 승리에 이어 문재인 대통령까지 당선시켰으니 이 또한 성공작이었다.

대한민국의 보수와 진보가 정체성인 당 색깔을 바꿔 가졌으니 아이러니도 이런 아이러니가 없다.

진보와 보수가 서로 옷을 바꿔 입은 이유는 오직 하나, 선거승리였다.

올 미국 대통령 선거를 보면 그들의 당 색깔도 한국과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보수당인 공화당(트럼프)은 빨강이고 민주당(바이든)은 파랑이다. 유럽과는 다르지만 우리랑은 같다.

지역색도 보인다. 서부와 동북부는 파랑 일색이고, 중부 남부벨트는 빨강이 차지했다.

패권국가 미국의 선거판과 후진성을 면치 못하는 한국의 정치판, 진짜 닮은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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