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으로 무장한 물건들
플라스틱으로 무장한 물건들
  • 이윤지 청주시 서원구 산업교통과 주무관
  • 승인 2020.10.29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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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이윤지 청주시 서원구 산업교통과 주무관
이윤지 청주시 서원구 산업교통과 주무관

 

마트에서 산 오렌지 껍질 위에는 한 겹의 종이 껍질이 더 있다. 마트에서 산 비스킷은 플라스틱 껍질과 비닐 껍질을 겹겹이 쓰고 있다. 이 물건들이 이렇게 겹겹이 플라스틱 껍질을 두른 이유는 무엇일까? 오렌지는 튼튼한 껍질에 둘러싸여 있지만 종이 포장을 한 겹 더 거치면서 더욱 프리미엄 오렌지로 거듭나는 것처럼 보인다. 종이 포장 한 겹으로 프리미엄 오렌지로 보일 수 있다면 이런 이중(二重) 포장은 무척 효율적인 포장법이다.

또한 비스킷은 질소가 충전된 비닐에 잘 포장돼 플라스틱 포장 용기에 한 번 더 포장되고, 마지막으로 종이상자 또는 비닐에 포장이 된다. 비스킷도 이런 겹겹이 다중 포장으로 프리미엄 비스킷으로 거듭난다.

하지만 이런 프리미엄 오렌지와 프리미엄 비스킷의 생산으로 만들어진 과대포장 쓰레기는 전체 생활 폐기물의 약 40%, 연간 760여만 t에 달할 것으로 추측된다. 이렇게 어마어마한 폐기물을 만들어내는데도 이중 포장은 효율적이고 소비자에게 유익한 포장법일까?

마트에서 물건을 산 소비자들의 모습을 살펴보면 생산자의 의도와는 완전히 상반되는 결과가 도출된다. 소비자는 계산을 마치자마자 물건을 포장하고 있는 종이 상자를 마트 쓰레기통에 곧바로 버린다. 과자 상자 안에 들어 있는 플라스틱 포장 용기도 마찬가지이다. 소비자들은 이미 이 과대 포장을 프리미엄이 아닌 쓰레기로 인지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인터넷 블로거들은 `플라스틱 포장지를 샀더니 서비스로 과자가 들어 있었다'라며 `내가 과자를 산 건지 플라스틱을 산 건지 헷갈린다' 등의 말로 과대 포장을 꼬집는다. 한 소비자 문제를 연구하는 단체에서는 과자 과대 포장 비율을 계산해 순위를 매겨보기도 했다. 과대 포장 비율이 높은 과자 1위인 **브라우니 과자는 상자 빈 공간 비율이 무려 83.2%였다. 즉 과자가 차지하는 공간은 겨우 17%밖에 되지 않고 나머지 부분은 오로지 포장을 위해 존재하는 공간이다. 이렇게 과대 포장 제품이 생산되고 유통되는 것은 소비자의 탓으로 돌릴 수 없는 문제이다. 이런 과대포장 관련 주제에서는 수입 과자를 사 먹는 게 낫다는 의견이 꼭 제시된다. 왜 여기서 수입 과자 이야기가 나왔을까? 비슷한 종류의 수입 과자를 찾아보니 답이 나왔다. 손으로 만져도 질소로 꽉 찬 포장재만 만져지는 우리나라의 과자와 달리 수입 과자는 포장이 간결하고 내용물이 가득 차 있다. 불필요한 다중 포장은 찾아보기 어렵고, 그렇다고 과자가 부서져 있지도 않다. 해외 어디선가 생산돼 엄청난 운송 거리와 과정을 거쳐 왔는데도 말이다. 이쯤 되면 과자가 문제가 아니고 국산 과자가 문제인가 싶은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환경부는 이런 포장 폐기물의 발생을 줄이고자 `제품의 포장재질ㆍ포장방법에 관한 기준 등에 관한 규칙'을 개정해 지난 7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제품의 제조, 수입 또는 대규모 점포 판매자는 포장돼 생산된 제품을 재포장해 수입?판매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또한 포장방법에 관한 기준을 지켜야 하는 제품에 이어폰, 마우스 등의 전자제품류가 추가돼 조금 더 맹점 없는 규칙으로 개정됐다. 또한 내용물 파손을 위해 규제를 하지 않던 택배 물품에도 가이드라인이 생겼다. 비닐 완충재 대신 종이 완충재를 사용하고, 재활용 박스를 사용하는 등의 내용이다.

환경부의 규칙 개정과 기업의 노력이 포장 쓰레기 발생 문제 해결에 큰 힘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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