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 거리
인사동 거리
  • 강석범 진천 이월중 교감
  • 승인 2020.10.28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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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산책
강석범 진천 이월중 교감
강석범 진천 이월중 교감

 

정말 오랜만에 문화예술의 거리 인사동 나들이를 했습니다. 수요일 평일인데도 인사동은 인사동입니다. 오전 시간에는 좀 썰렁하다 싶더니, 점심시간 이후 오후 3시쯤 넘어는 많은 사람으로 생기 있는 거리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코로나 19로 좀 주춤댄다고는 하지만 활기찬 표정의 시민과 부지런한 상인들의 모습에서 문화예술 인사동의 저력을 확인하기 충분했습니다.

많은 분이 알다시피 인사동에 들어서면 앞뒤 옆을 막론하고 건물마다 전시장, 갤러리가 갖춰지지 않은 곳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어느 건물은 4층 건물 모두 각 층이 다른 갤러리 명을 갖고 운영합니다. 더 놀라운 것은 갤러리마다 특별히 빈 곳이 없습니다. 연중 모든 전시장이 예약으로 꽉 차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매주 수요일은 오전에 작품디피를 하고 오후쯤 오픈식을 갖고 관람객을 맞이하기 때문에 인사동 거리가 더 분주합니다.

각각의 전시장은 개성 있게 꾸며져 있어 발품만 판다면 자신의 작업에 꼭 맞는 전시장을 찾을 수 있습니다. 설치작업을 주로 하는 나는 전시공간의 형태나 구조에 특히 민감합니다. 내가 이번 작품을 설치하는 갤러리는 두 공간으로 정확히 이등분된 구조여서 대형작품의 경우 두 벽면에 걸쳐 설치해야 하는데, 관람자 입장에서 보아지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그에 따른 고민이 아주 많습니다.

오전부터 시작한 설치 작업은 점심을 먹고 오후 3시 넘어 까지 이어졌습니다. 작품 디스플레이를 도와주는 선생님께서 작업을 좀 더 서두르자 해서 이유를 물었더니 “조금 있으면 사람들 들어오기 시작할 겁니다~”고 말씀을 하십니다.

어쨌든 작업에 좀 더 속도를 내고 있을 때, 벌써 중년으로 보이는 멋진 남성이 팸플릿을 들고 우리의 작업을 보며 서 있었습니다. 서둘러 마무리를 하고 오후 4시쯤 막 들어섰을까, 정말 사람들이 갤러리에 찾아오기 시작합니다.

그들은 내가 아는 사람도 아니고, 그들이 무얼 하는 사람인지도 모릅니다. 살짝 목례를 하고 들어온 그들은 무심히, 때론 진지하게 작품을 바라보고 서 있습니다. 오히려 그 공간에 작가가 엉거주춤 같이 있는 게 어색해서 전시장을 온전히 그들만의 공간으로 넘겨주고 나는 인사동 거리로 나왔습니다.

나도 무심히 인사동을 관객의 입장에서 바라보았습니다. 그제 서야 내 눈에 사람들의 모습이 제대로 보이기 시작합니다. `사람들이 참 옷을 잘 입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니 `옷을 잘 맞춰 입는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인사동에서만 특별히 옷을 잘 입는 사람들이 다닐까? 그런 건 아닐 테고, 그러면 왜 저들이 내 눈에 멋지게 보이지? 생각을 하면서 `아~ 바로 저것이구나!'하며 문득 발견한 것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인사동 거리에서 보이는 시민들의 당당함, 자신감, 자존감의 표정이었습니다. 그들은 활기찼고, 자신 있는 표정이었으며, 스스로를 온전히 사랑하는 모습이 많았습니다. 그중 유달리 내 눈에 쏙 들어온 장면이 하나 있었는데, 내 나이를 살짝 넘어선 듯 보이는 중년 남성이 긴 머리를 묶고 페도라와 머플러로 한껏 멋을 낸 모습!

물론, 내게 보이는 모두가 인사동의 실제 모습은 아닐지라도 한번 상상해봅니다.

펌으로 길러 묶은 머리에 페도라를 근사하게 푹 눌러쓰고, 낡은 가죽가방 하나 덜렁 메고, 자신 있는 표정으로 인사동 거리를 지나는 내 모습을…상상 속에서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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