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안의 괴물
우리 안의 괴물
  • 공진희 기자
  • 승인 2020.10.27 18: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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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공진희 부장(진천주재)
공진희 부장(진천주재)

 

# 1 `다음은 나치 당시 선전부 부장을 담당했던 괴벨스가 한 말이다. 이를 통해 도출할 수 있는 바람직한 대중 매체의 수용 태도만을 보기에서 있는 대로 고른 것은?

예문 : ○나에게 그 사람이 한 말을 한마디만 알려달라. 그러면 누구라도 바로 범죄자로 만들 수 있다 ○거짓말일수록 과감하게 과장하고 여러 번 반복해서 지속적으로 말하라. 그러면 대중은 믿게 될 것이다 ○메시지를 가장 단순하게 가공하고 이것을 끊임없이 반복하면 대중은 그 메시지를 진실로 믿게 된다 ○같은 메시지를 새로운 방식으로 선전하고 대중의 감정을 지속적으로 자극하라. 분노와 증오는 대중을 열광시키는 가장 강력한 힘이다'(2015년 EBS 수능완성 연계 지문 중에서)

# 2 `몽케 장군 : 장관님, 이 사람들에게 무기가 주어지지 않으면 맞서 싸우지 못합니다. 모두 개죽음을 당할 겁니다.

괴벨스 : 난 그들(국민들)을 동정하지 않습니다. 다시 말하는데 그들을 동정하지 않는다고! 모두 그들 스스로가 자초한 일이에요. 네, 어떤 사람들에겐 충격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스스로를 속이면 안 되지. 우리는 한 번도 국민들에게 우리를 뽑으라고 강요한 적이 없습니다. 그들이 우릴 선택했으니 결국 그 대가를 치르게 되는 거지'(영화 `몰락' 중에서)

영화 속 괴벨스의 이 대사는 히틀러와 나치당을 선택하고 그들의 침략전쟁을 지지했으며 그들의 약자에 대한 학살에 동조 혹은 묵인했던 책임이 나치당만이 아닌 독일 국민 모두에게 있다는 섬뜩한 교훈을 남긴다. 그렇다면 왜 수많은 사람들이 나치에 순순히 복종하고 충성했으며 왜 별다른 저항 없이 홀로코스트를 자행했는가? 이에 대해 한나 아렌트는 옳고 그름과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할 능력 없음이, 그리고 자신의 생각을 말할 능력 없음이 결국 악을 키운다고 말한다.

천재 선동가로 평가받는 파울 요제프 괴벨스는 나치 정권과 관련된 각종 선전 전략을 만들어 히틀러를 독재자로 만드는데 일조했다.

그는 라디오를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선전도구로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총력전을 효과적으로 설득하는 데 이용했다.

이 대목에서 방송사 PD들과 상의 없이, 야당의 반론권도 보장되지 않은 채 공영방송 라디오 주례연설 `안녕하십니까, 대통령입니다'를 강행한 전직 대통령이 떠오른다.

괴벨스는 건전한 민족의 감성에 의해 위대한 독일이 깨어날 수 있다며 유대인 예술가들을 쫓아냈다.

또한 그는 재무장관으로부터 재원을 확보해 영화산업을 사실상 국유화한 뒤 조직적으로 유대인 배우의 출연을 금지시켰다.

오늘날 괴벨스가 동원할 수 있는 선전 도구는 훨씬 다양해졌다.

종이신문과 라디오, TV에서 인터넷 신문과 SNS로 확장된 대중매체의 홍수시대를 맞아 우리 사회를 분노와 광기로 몰아가는 현대판 괴벨스의 선전에 세뇌당하지 않고 건강한 시민으로 살아가는 방법은 무엇일까?

자신을 특정 진영에 가두지 않고 상식적 수준의 눈높이로 바라본다면 대중을 분노와 광기로 세뇌시켜 대중끼리 기득권자들의 대리전을 치르게 함으로써 기득권을 유지 또는 확대 재생산하려는 우리 시대의 괴벨스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한나 아렌트는 말한다.

`사유의 풍향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징후는 지식이 아니다. 그것은 옳고 그름, 아름다움과 추함을 말할 수 있는 능력이다. 그리고 이것은 위태로운 드문 순간에 파국을 막을지도 모른다. 적어도 자기 자신을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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