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마음을 들여다봐
네 마음을 들여다봐
  • 박사윤 한국어강사
  • 승인 2020.10.14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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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박사윤 한국어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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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하다. TV를 틀어도 볼 것이 없다. 예전에는 TV 볼 시간이 없었는데 지금은 시간이 많아서 TV를 볼 때가 많다. 이런 날이 지속하다 보니 이젠 뭘 봐도 재미없고 집중도 되지 않는다.

온종일 뉴스채널을 틀어놓고 같은 뉴스를 여러 번 반복해 본다. 특히 관심 있게 보는 건 단연 코로나 확진자 추세이다. 확진자의 숫자에 예민한 건 나뿐만 아니리라. 확진자의 현황에 따라 우리의 생활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또 달라진 점은 그동안 즐겨보던 드라마를 잘 안 본다는 것이다. 대신 예능프로그램이나 노래 서바이벌, 인간극장 등 그동안 보지 않았던 프로그램을 보게 된다. 드라마의 시청률이 바닥을 치고 있다는 보도를 보았다. 이는 나뿐만 아니라 그 이유가 뭘까?

드라마는 그 시대를 반영한다는 말이 있다. 요즘 드라마는 자극적인 내용이 점점 늘어난다. 출생의 비밀, 불륜, 비윤리적인 재벌, 갑질 하는 재벌의 자녀, 남의 것을 탐하는 자 등 막장드라마가 인기가 있다고 한다. `이러한 일들이 실제 일어날까?'라는 의심을 갖지만 드라마는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 일어날만한 가능성이 있는 내용을 다룬다는 것이다.

처음엔 비도덕적이고, 비윤리적인 일이 벌어지면서 나쁜 사람이 등장해야 시청자는 집중하게 되고, 더 쉽게 감정이입이 된다. 이때 시청자는 자신이 주인공인 것처럼 분노하며 드라마에 더 집중한다. 나도 시청자가 아닌 주인공인 양 분노했던 적이 많다.

그러나 요즘은 우리 국민은 많이 지쳐 있다. 잦아들 줄 모르는 코로나19로 인해 거리두기 실천이 길어지고 있다. 그로 인해 사람들을 늘 긴장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긴장된 일상 속에서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막장드라마는 우리의 에너지를 빼앗아 가는 것 같아 더 지친다.

케이블 방송에서 과거의 드라마를 재방송해 주는 곳이 많다. 그것들을 보면서 `그땐 저랬었지.'라며 과거를 회상한다. 그 당시는 가족의 잔잔한 일상의 삶을 주제로 한 `전원일기'와 같은 일일드라마 등 가족 드라마가 인기가 있었다.

코로나19 이후로 우리의 삶은 과거의 아날로그적 생활로 돌아가는 느낌이 들 때가 많다. 그래서인지 과거에 유행했던 드라마나 노래 등이 주목을 받고 있다. 자극적이지 않고, 잔잔한 느낌의 가족 드라마나 평범한 일상을 주제로 한 드라마를 보면서 평범한 일상을 꿈꾸게 되었다. 그 이유는 평범한 일상을 누리지 못한 데에서 오는 간절함일지도 모른다. 나 역시도 과거의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

그동안 우리가 누리는 것들에 대해 감사함을 몰랐던 것 같다. 늘 살아 숨 쉴 수 있게 해 준 공기나 물처럼 우리의 옆에 있는 것이 당연하다고만 생각했던 것들, 아주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배고픈 시절에는 배고픔만 면하면 된다던 부모님들, 자신의 꿈을 마음껏 펼치는 젊은이들도 나름 힘들고 어려운 부분이 많았으리라. 하지만, 지금은 돈이 있건 없건, 나이가 많건 적건, 사회의 부조리로 힘들어했던 일들이 아닌 아주 기본적인 생존권과 직결된 현실 앞에선 그 모든 것들이 사치가 되어버렸다.

인간이 신을 뛰어넘고자 했던 욕심으로 하늘에 닿을 수 있는 바벨탑을 쌓았던 인간에게 신은 언어의 불통을 벌로 주어 뿔뿔이 흩어져 살게 했던 구약성서의 이야기가 있다. 하지만, 오늘날은 반대로 제각각 자신이 생각을 고집하며 살아가는 인간들에게 함께 할 기회를 주는 건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나를 돌아볼 시간과 여유를 즐기며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볼 때인 것 같다. 또한, 우리가 겪는 역병의 고통 속에서 겸손과 감사의 마음을 배워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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