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 시대, 안녕하신가요?
언택트 시대, 안녕하신가요?
  • 임현택 괴산문인협회지부장
  • 승인 2020.10.13 19: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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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임현택 괴산문인협회지부장
임현택 괴산문인협회지부장

 

가을 문턱, 산모롱이를 돌아 무음으로 스치는 갈바람이 달다. 낙엽들이 쌓인 길을 자박자박 걷는 산길, 군데군데 단풍이 들기도 전 말라비틀어진 이파리들이 스산하게 매달려 있는 모양새가 아픈 현 세태 같아 더 신산스럽다. 언택트 시대 동행자도 없이 동산에 오르려니 요즘 현실에 익숙해질 때도 됐건만 때때로 고독과 쓸쓸함이 밀고 당긴다. 그러고 보면 올해는 유달리 수많은 신조어가 방송매체와 신문지상은 물론 대중들에게도 원치 않은 단어가 익숙하게 따라다닌다.

언택트(비대면, 비접촉 방식), 코로나 블루(코로나 우울), 코로나 케이션(코로나로 수업이 온라인으로 대체된 기간), 돌 밥 돌밥(아이들의 식사를 챙겨주기 위해 많은 시간을 보내는 주부), 집관(집에서 관람), 복세편살(복잡한 세상 편하게 살자), 스라밸(교육과 삶의 균형), 치렝스(치마 렝기스)등 영어의 합성어, 줄임말은 뉴스 시간마다 헤드라인을 장식했고 스마트폰 문자에도 넘쳐난다.

뿐인가 스마트폰 어플(appli cation)은 왜 그리 설치를 많이 해야 하는지 스마트폰 바탕화면 몇 개를 차지하고 있는데도 또 낯선 QR 어플을 설치를 해야 한단다. 우리 일상 손끝에 딱 달라붙어 있는 어플, 베이비부머 세대를 지나고 있는 나에겐 사용이 어렵고 귀찮은 존재다. 아니 몇 번을 터치해도 잘되지 않아 외면하고픈 현실이다.

참으로 어렵고 어려운 시기다. 돌이켜보니 십 년 전엔 규제, 제재 없는 자유로운 영혼이었다. 인류의 발명품이자 혁명인 휴대폰, 폴더폰과 슬라이드형에서 스마트폰으로 전환시기였지만 난 그야말로 휴대폰은 들고 다니는 손 전화였다. 그저 전화 걸고 받고 문자 보내고 보기 정도면 충분했다. 요즘 진화되고 있는 정보를 능숙하게 따라가지 못해 서툴고 난해하다.

얼마 전 낭패한 일을 겪고 난 뒤론 최첨단 기기인 스마트폰은 애물단지인 듯 보물단지인 듯 아이러니하다, 알 수 없는 어플을 들여다보며 이것저것 눌러대다 별 필요 있나 싶어 삭제한 것이 초기화 상태가 되었다. 업무상 저장되어 있던 사진들과 메모장이 모두 삭제가 되어 복원하려니 만만치 않은 비용과 며칠간의 수리 기간으로 복원을 포기해야 했다. 삭제된 자료 수집을 하느라 진땀을 뺀 난감한 일을 격은 뒤로 삭제를 못 하고 있으려니 휴대폰의 저장공간이 용량 초과란다.

뿐인가 나와는 상관없어 보이던 QR코드는 디지털 시대의 또 다른 벽이다. 관공서, 관광지 심지어 매점에 붙어있는 QR코드, 아날로그로 돌아가고 싶은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언택트 시대가 빠르게 도래되면서 전자출입명부인 코로나 QR코드 발급이 기본이란다.

십 년 전만 해도 도심을 떠나 전자기기에서 해방된 자유를 `자유로운 영혼'이라 외쳤는데 디지털 시대의 자유로운 영혼은 `디지털 유목민'이란다. 미디어 학자 마셜 맥루헌은 “사람들은 빠르게 움직이면서 전자제품을 이용하는 유목민이 될 것이다”라며 디지털 노마드를 예언했다. 이렇듯 기존의 `직업'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난 디지털 노마드가 성장을 한다고 하는데, 이 시대 스마트폰 어플 사용이 나만 어설픈 걸까? 스마트한 세상, 가속화 된 스마트 시대에 난 디지털 문맹이 아님에도 디지털 벽에 부딪힌 소외된 또 다른 세상에 사는 것 같아 왠지 먹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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