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시대
마스크 시대
  • 김경수 시조시인
  • 승인 2020.10.12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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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김경수 시조시인
김경수 시조시인

 

이웃 간에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그건 다름 아닌 정체를 알 수 없는 마스크 때문이었다. 어느 날 마스크를 쓴 두 할머니가 불쑥 대문을 열고 들어와 준호에게 다짜고짜 아줌마를 찾았다. 그 집에는 중년의 준호와 이순을 넘은 아줌마가 살고 있었다. 준호는 그녀들을 보는 순간 비록 마스크를 썼지만 괜스레 경계심이 앞섰다.

준호는 그녀들에게 이 집에 무슨 볼일이 있어 왔느냐고 물었다. 그녀들은 기분이 언짢은 듯 준호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때 아줌마가 그녀들을 보고 아주 반갑게 맞이하였다. 그리고 그녀들은 시원한 뜰 안에 앉아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즐겼다. 그런데 도중에 마스크를 턱으로 내렸다 벗기를 반복하는 것을 보면서 준호는 불안감이 커졌다.

준호는 그녀들에게 지금의 상황을 말하면서 특별한 볼 일이 없으면 이 집에서 떠나가기를 정중하게 권하였다. 그 순간 아줌마는 사람의 집에 사람이 찾아오는데 뭐가 잘못된 것이냐며 더구나 마스크를 썼는데 왜 사람들을 내쫓느냐고 준호에게 따져 물었다.

준호는 마스크를 착용했어도 서로가 거리를 두고 안전수칙을 지키며 방문을 자제해야 할 것 아니냐고 설득하려고 했지만, 아줌마와 그녀들의 눈빛에서 이해하기는커녕 왠지 모를 섭섭함이 흘러가고 있었다.

아마도 그녀들은 예전부터 준호에 대해 전혀 모르지 않는 듯했다. 준호 또한 이럴 바에는 차라리 외출을 핑계로 집을 떠나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준호는 그녀들이 지금의 위기를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아 답답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준호의 생각일 뿐 언제나 상황은 사람들의 생각에 따라 크게 다를 수 있었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이해와 오해가 존재하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얼마 후 외출에서 돌아와 보니 그녀들은 돌아갔다. 그러나 아직도 아줌마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어져 있었다. 준호도 굳이 사정하듯 억지로 말을 건네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집안 구석 한켠에 마스크가 떨어져 있었다. 준호는 아줌마에게 그녀들이 마스크를 놓고 갔다면서 마스크를 치워 달라고 요구했다. 감정이 상한 아줌마는 그럴리가 없다면서 치워줄 수 없다고 했다. 두 사람의 주장이 엇갈리며 부딪쳤다. 그런 이유로 마스크는 며칠 째 그 자리에 놓여 있었다. 시간이 갈수록 냉전은 깊어갔다. 그렇게 침묵은 답답함을 견디며 흘러갔지만, 한편으로는 그들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 또한 만들어 주었다.

준호는 너무 과민한 탓이 아닌가 생각했고 아줌마 또한 너무 쉽게 간과한 것이 아닌가 생각하는 것 같았다. 어쨌든 결국 문제의 마스크는 정체가 밝혀지지 않았다. 준호는 곧바로 마스크를 처리했다. 그리고 아줌마에게 화해를 청했다. 아줌마 또한 한걸음 물러서는 듯했다. 비로소 그들이 이웃이라는 것을 확인하는 것 같았다.

코로나19로 인해 위기를 맞은 요즘 불편과 어려움이 다양하게 호소되고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그 심각성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냉정과 인정, 경계와 포용, 우려와 배려 등등 있겠지만, 어느 것 하나 잘못되었다고 볼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들은 대립적 구도를 안고 대치하면서 공존하고 있다. 냉정할 수만도 없고 인정을 베풀 수만도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므로 이 시대의 슬기와 조화가 요구될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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