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 단상
한글날 단상
  • 노동영 변호사·법학박사
  • 승인 2020.10.11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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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영 변호사의 以法傳心
노동영 변호사·법학박사
노동영 변호사·법학박사

 

세종이 1443년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라는 뜻의 훈민정음(訓民正音)을 창제하였는데, “중국과 다른 문자를 만드는 것은 사대의 예에 어긋나며, 중국과 다른 문자를 쓰는 나라는 오랑캐들뿐”이라는 기득권 세력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세종은 애민(愛民)정신에 따라 1446년 훈민정음을 반포하였습니다. 여전히 지배층에서는 훈민정음을 언문(諺文)이라 비하하고, 어린이와 부녀자들의 글로 치부하였습니다. 근대 들어 주시경 선생이 훈민정음을 `한글'로 이름 짓고 한글 보급에 헌신하는 등의 노력으로 우리의 말과 글이 일치되었고, 세계적으로도 한글의 우수성이 칭송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해외에서는 한글을 대체로, 배우기 쉽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어 문자해독률을 높일 수 있고, 컴퓨터 입력이 쉬워 정보 전달이 빠르며, 다른 나라의 언어 표기에도 용이하다고 인정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국민의 문맹률은 생각하기 힘들어졌지만, 한글을 파괴하면서 신속한 의미의 전달을 목적으로 하는 각종 줄임말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듣보잡'처럼 첫 음절을 따다가, `ㅇㅇ'처럼 초성을 따서 이미 보편화된 것에서부터 `ㅇㄱㄹㅇ ㅂㅂㅂㄱ(이거레알 반박불가)'처럼 언어유희가 날로 진화되고 있습니다. 한글의 창제 취지에 얽매이지 않고 매우 수월한 정보 전달력이라는 한글의 특성이 디지털시대에 젊은 층의 언어 구사를 통해 극대화되는 시대의 변화를 느낄 수 있습니다.

지난 기고 `우주를 위한 노래'에서 고백하였다시피, 필자는 유년시절에 천문학자가 되고 싶어 했고, 현실의 대학 전공 선택을 법학으로 하기 전까지는 문학청년의 꿈을 키워 시인이 되고 싶어 했습니다. 마음 깊은 곳의 시상(詩想)을 위해 늘 아름다운 한글을 바탕으로 순수시의 습작을 시도했습니다. 또, 대학교의 `우리말사랑패'라는 학술동아리 활동을 꽤 애착을 갖고 하면서 `한글전용론'에 많은 관심을 가졌습니다. 법을 공부하고 업으로 하는 필자에게는 한자용어의 사용이 무수하고 우리 주변에 한자와 외래어가 흔해서 현실적으로 한글전용론은 이상에 가깝지만, 어려운 법령용어를 쉽고 좋은 우리말로 바꾸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입니다.

세종이 한글을 만든 것은 애민정신이었고, 이는 지금의 휴머니즘과 같습니다. 국내적으로는 한글의 파괴로써 무분별한 언어유희는 정제될 필요가 있고 표현은 한글이지만 실질적인 문맹을 불러오는 한자어의 사용은 법령정비 등을 통해 꾸준히 순화되어야 합니다. 국제적으로는 중립적인 국제적 의사소통을 위해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에스페란토어를 언젠가 한국어가 대신하기를 꿈꿉니다. 또한 동티모르, 볼리비아 등 문자 없는 소수민족으로의 한글 보급이 더 널리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시대가 변하여도 한글은 늘 휴머니즘이어야 합니다.

/변호사·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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