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준생 울리는 ‘채용갑질’
취준생 울리는 ‘채용갑질’
  • 엄경철 기자
  • 승인 2020.09.24 20: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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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논단
엄경철 선임기자
엄경철 선임기자

 

하반기 취업시즌이 시작됐다. 하지만 취업시장은 여전히 얼어붙어 있다. 장기화되고 있는 경기침체에 코로나 쓰나미가 취업시장을 덮치면서 취준생(취업준비생)들은 그 어느 때보다 추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외환위기 때보다 더 혹독한 취업난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시간이 갈수록 취업문제는 심각해지고 있다.

극심한 취업난으로 힘들어 하고 있는 취준생들을 분노케 하는 `취업갑질'이 터졌다.

최근 KB국민은행이 신입 행원 선발 채용공고를 낸 것이 문제가 됐다. 이전에 없던 디지털 사전과제 제출, 디지털 사전연수 의무 이수 요건이 서류전형에 추가된 것이 논란이 됐다. 촉박한 시간에 입사자에 준하는 과제를 서류전형에서 요구한 것이다. 무리한 서류전형 조건에 취준생들의 비난이 빗발쳤다. 서류전형부터 문턱이 높고 취준생들의 아이디어를 대가없이 가져가려 한다는 것이었다.

은행측이 공고 일부를 수정하기는 했지만 `취업갑질'이라는 비난과 함께 기업 이미지와 신뢰가 손상됐다.

취업시장의 `취업갑질'은 이 은행 만의 일이 아니다. 기업들의 신입사원 채용과정은 서류전형단계에서부터 높은 문턱을 실감케 한다. 서류전형에서 탈락하는 경우가 다반사이고, 최종면접까지 가더라도 2~3단계 면접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렇게 해서라도 최종 합격이 되면 다행이지만 많은 지망생들이 탈락한다.

어떤 경우는 인턴사원을 여러 단계의 검증과정을 거쳐 합격시킨다. 그리고 2~3개월의 인턴과정 후 재평가 과정을 통해 정규사원으로 채용한다. 이 과정에서 상당수의 인턴들이 탈락한다고 한다.

인턴사원 선발과정을 통해 최종 합격을 했으나 특별한 사유도 밝히지 않고 합격을 취소하는 경우도 있다. 같은 업계의 다른 회사에 도전해야 하는 처지의 취준생 입장에서는 혹시 있을수 있는 불이익이 우려돼 항변조차 못하고 포기하는 사례도 있다.

취업시장의 사정이 이렇다 보니 채용시험에 대한 취준생들의 불신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일부에서 부모 찬스에 의한 채용문제가 불거지면서 불신의 벽은 더욱 두터워지고 있다.

해를 거듭할수록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젊은층의 취업난을 해소하기는커녕 사회 진출을 앞두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실망과 좌절만 안겨주는 현실이 안타깝다.

많은 젊은이들이 지금도 취업전선에서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심정으로 직장을 잡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이들이 대학 졸업 후 곧바로 직장을 잡는 경우보다 취업 재수를 거치는 경우가 더 많다. 짧게는 1년 길게는 3~4년까지 취업 재수를 하고 있다. 졸업생은 잘 뽑지 않는다는 인식 때문에 졸업을 유예하거나 휴학을 하는 경우 취업 재수기간은 더 늘어난다.

코로나 쓰나미가 덮친 올해는 그야말로 취준생들에게는 혹한기이다. 상반기에는 거의 신규사원을 뽑지 않았고 하반기 들어 선발공고가 나오고 있다. 그마저도 예년에 비해 선발인원이 적다고 한다. 취업할 사람은 많고 뽑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적으니 취업전선은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그런 취업시장 분위기를 악용이라도 하듯 일부에서 `취업갑질'이 자행되고 있다.

취준생들은 지금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몇 명 뽑지 않는 신입사원 선발시험에 원서를 내고 있다.

대학 가는 과정도 힘들었지만 취업은 더욱 힘들다는 얘기가 실감이 나는 요즘이다. 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젊은이들에게 꿈과 희망 메시지를 주지 못할망정 좌절과 실망을 더 이상 줘서는 안된다. 기업들이 사회적 책임감을 갖고 심각한 젊은층의 취업난 해소에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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