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격차의 해법
교육 격차의 해법
  •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 승인 2020.09.23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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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지난 9월 1일 미국 전역의 유·초·중등 공교육 시스템을 평가하는 `유·초·중등 공교육 학업 지수 품질 평가(Quality Counts K-12 Academic Index)'의 2020년 보고서가 발표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공교육 프로그램의 평균이 C등급이라고 한다(참고로, 해당 보고서는 공교육 시스템을 주별로 평가하여 A~F의 등급을 부여하는데 2018년 보고서에서도 전체 평균 등급은 C등급이었다).

올해 보고서가 주목받는 이유는 2019년 학업성취도 평가(Nation al Assessment of Educatio nal Progress) 결과를 토대로 하고 있기 때문인데, 코로나19 사태 이후 학생들의 학업성취도 현황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미국의 전국 학업성취도 평가 점수는 100점 만점을 기준으로 72.8점으로 작년보다 0.2점 하락했다.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매사추세츠(Massachusetts) 주와 뉴저지(New Jersey) 주가 각각 85점, 83점을 기록하고 B등급을 부여받았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매사추세츠 주는 시험 평균 점수에서는 1위였지만 경제적 배경에 따른 학업성취 격차는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확대 해석이기는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경제적 배경에 의한 교육 격차가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된 것이 이 사례로 드러나고 있다.

영국에서도 유사한 조사가 있었다. `교육정책협회(Education Policy Institute, 이하 EPI)'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잉글랜드(England)의 빈곤층 학생과 부유층 학생의 학습 격차가 지난 12년간 감소세를 보였지만 최근 증가추세로 돌아섰다고 한다. 이런 경향은 코로나19 사태가 발발하기 전부터 시작했는데, 연구자들은 빈곤을 학습 격차 심화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취약계층 아동들의 뒤처진 학업성취수준은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있었지만, 학교가 문을 닫고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하면서 그 격차가 커졌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얼마 전 우리나라의 한 주간지에서도 `원격수업으로 중위권이 사라진 교육양극화'라는 제목으로 기사가 다뤄진 적이 있다. `집콕'아이는 게임 삼매경, 학원 간 아이는 `열공'이라는 다소간 자극적인 이 기사는 온라인 수업이 증가하면서 당분간 맞게 된 어려움을 잘 드러내고 있었다. 또한 학부모 등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수업에 대한 인식 조사에서도 학습이해 정도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는 응답이 전체의 65.4%, 온라인 수업에 따른 교육 격차에 동의한다는 의견도 62.0%로 격차 문제는 심각하게 인식되고 있었다. 비단 학부모뿐만 아니라 교사들 역시 학습 공백 및 교육 격차를 피부로 직접 느끼고 있는데 취약 계층의 아이들은 온라인 수업 때 내준 숙제를 해오지 않는 게 다반사라는 것이다.

이런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교육부 등 정부 주도의 온라인 수업 콘텐츠 DB 구축, 교사들이 편리하게 이용 가능한 실시간 원격 수업 플랫폼 정착, 멘토링 사업을 통한 취약 계층에 대해 맞춤형으로 지원하는 사업, 학교에 대한 더 많은 행·재정적 지원으로 모아지는 듯하다. 이런 해결방안은 당연히 실행되고 준비되어야 할 기술적인 요인이다. 그러나 모든 일은 기술로만 해결될 수 없다. 가치 인식, 마음의 준비, 실행의 의지 등 정의적 요인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영국의 한 정치철학자는 학생을 `교사에게 알려진 학습자(A pupi l is a learner known to a te acher)'라고 정의했다. 언택트 시대에도 여전히 학생은 교사에게 알려진 학습자임에는 변함이 없다. 단지 안다는 것은 이름을 아는 것이 아니라 교사와 학생 간의 인지적, 정서적 유대를 모두 일컫는 말일 것이다. 학생의 어려움을 알고 상황을 알 때, 도움의 방법 역시 자연스럽게 생겨나지 않을까? 벌써 9월, 나는 우리 학생들을 얼마나 알고 있나 깊은 반성이 훅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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