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제일 바보의 공부
조선 제일 바보의 공부
  • 민은숙 청주 동주초 사서교사
  • 승인 2020.09.21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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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말하는 행복한 책읽기
민은숙 청주 동주초 사서교사
민은숙 청주 동주초 사서교사

 

조선 시대에는 6살에서 8살 즈음 서당에 들어가서 천자문을 시작으로 공부를 시작했다. 그 시대 서당에서는 어떻게 공부를 했느냐 하면, 소리 내어 읽으며 각자 공부하다가 훈장님이 한 명씩 부르면 나아가 외우고 훈장님 질문에 답했다. 글을 잘 익혔다면, 그다음 진도로 넘어가는 식이다. 각자 개별 학습으로 학습이 진행된 셈이다. 그 시대엔 소리 내어 읽고 생각하는 것을 중요시했다. 때문에 몇 번 읽는지 셈하는 서산이라는 도구를 썼다. 예전에 한 번 제작해서 만들어보기도 했는데, 한 번 읽고 나면 하나를 접어 셈하는 도구다.

오늘 소개할 책의 주인공은 한 책을 무려 11만3000번까지 읽었다 전해진다. 깊이 사색했기 때문에 그렇게 읽은 것이 아니다. 이해가 안 되었고 머리가 크게 뛰어나지 않았기에 읽고 읽어서 깨달음을 얻었던 것이다. 도서 `조선 제일 바보의 공부'(정희재 글, 책 읽는 곰)에 나오는 김득신 이야기다.

나도 노력이 필요하다. 한 번 읽으면 모든 것이 사진처럼 기억되는 머리를 갖고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역사에 이름을 남길 정도면 얼마나 머리가 좋았을까 싶긴 한데, 김득신은 머리가 좋지 않아서 유명했다. 오죽했으면 말을 타고 가던 길에 시를 외우지 못해 버벅거리자, 수없이 들어서 외워버린 하인이 뒤를 잇기도 했다. 소과에 합격한 것은 39세. 대과에 합격한 것이 59세라 한다. 물론 과거가 어려웠던지라 장수생이 태반이고, 다 늙어 시험 합격한 사례가 종종 있었다고는 하나 그래도 빠른 나이에 합격한 것은 확실히 아니다. 엄청난 노력을 했기에 가능했던 일이리라.

그래도 읽고 또 읽을 만큼의 열정이 있었다. 마음에 드는 책을 만나면 만 번은 가볍게 읽었다 한다. 서재 이름을 그래서 억만재라고 했다. 책을 항상 몸에서 떼지 않았다고 한다. 가끔 하다 하다 안 되면 포기하고 넘어가는데, 끝까지 버티어 성공을 이뤄낸 경우라 할 수 있다. 그렇게 공부해서 시를 짓는 시인이 되고, 벼슬살이를 했다.

처음에 김득신 이야기를 읽었을 때는 나도 열심히 공부해야지 생각했었다. 해도 안 되면, 될 때까지 하면 된다 하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나 지금 이 책으로 김득신 이야기를 다시 접하니, 그 부모 되는 이가 보인다. 나도 사람인지라, 알아듣기 쉽게 이야기해도 소통이 잘 되지 않으면 답답해 짜증이 난다. 아마 누구나 한 번쯤 다 그런 경험이 있을 거다. 그런데 자식이 그렇게 늦된 아이라는 걸 알았고 수긍할 때의 부모 마음은 어땠을까 생각해 보게 된다. 나는 과연 초연하게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상상해 본다. 김득신의 아버지, 김치는 남보다 뒤처지는 모습을 꾸짖거나 과거에 합격하라고 아들을 압박하지 않았다. 성실히 공부하는 모습을 칭찬하고, 공부 자체에서 즐거움을 찾으라 가르쳤다. 생각도 못할 모습이다. 나는 과연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싶다. 차라리 강아지나 고양이를 가르치라며 막말을 듣는데도, 그것을 오히려 그만두지 않고 계속할 수 있다는 것을 칭찬하는 아버지가 되려면 나는 더 얼마나 마음을 가다듬어야 할까 싶다.

처음에 김득신 이야기를 읽었을 때는 김득신 본인이 끝까지 노력해 이뤄가는 점이 마음에 와 닿았다. 그러나 지금은 김득신의 아버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아이가 느리고 늦되어도 나는 끝까지 아이를 믿고 기다릴 수 있을 것인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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