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지원사업 제대로 쓰여야 한다
예술지원사업 제대로 쓰여야 한다
  • 연지민 기자
  • 승인 2020.09.14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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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연지민 부국장
연지민 부국장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가장 타격을 받은 분야 중 하나가 문화예술이다. 연초가 되면 동면에 들어갔던 문화예술행사도 기지개를 켜고 활동에 들어가지만, 올해는 9월 중순이 다 되어가도록 꼼짝 못하고 있다.

이따금 온라인을 통해 공연과 전시 행사 소식을 접하지만 이마저 관객들이 외면하면서 `했다'라는 형식적 수준에 그치고 있다.

축제나 행사도 마찬가지다. 봄과 가을이면 하루에 몇 개씩 겹쳐 열릴 정도였지만 비대면 사회로 반강제 진입되면서 축제와 행사는 찾아보기 어렵다. 혹시나 했던 가을 행사도 코로나19가 2차 확산으로 이어지면서 내년을 기약해야 할 처지다.

축제와 행사가 전면 중단되면서 예술인들의 생계는 더 막막해졌다. 그동안에도 예술시장이랄 것도 없었지만, 코로나19이후 활동할 기회조차 사라지면서 전업 예술인들의 삶은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긴급 예산을 편성해 전업 예술인들을 지원하기 위한 사업 발굴과 지원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예술인 창작준비금, 영화정책지원 사업, 관광지원산업, 스포츠산업활성화, 예술정책 및 기부활성화, 공공미술프로젝트 등 분야별로 다양한 지원책을 시행하고 있다.

또 대면 중심에서 비대면으로 예술환경이 급변하면서 현장이 아닌 랜선을 활용한 지원사업도 커졌다. 기록을 남기기 위해 보조 역할을 했던 영상이 예술플랫폼 자리를 차지하면서 예술인들은 새로운 도전과 실험에 나서고 있다. 새로운 경험을 지원하는 사업을 통해 예술계가 펜데믹에 발 빠르게 대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처럼 긴급 예산이 투입되면서 용처에 대한 우려도 크다. 지원사업이 실질적으로 예술인에게 도움이 되는가에 대한 적정성의 문제부터 단순한 일자리 사업에 그치는 것에 대한 일회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그중 하나가 공공미술 프로젝트다. 한국판 문화 뉴딜이란 말로 지칭되는 이 사업은 예술인의 일자리 창출과 지역주민의 문화향유라는 취지로 현재 전국에서 추진하고 있다.

공공미술프로젝트는 새롭게 발굴된 사업은 아니다. 과거 정권에서 마을 중심의 공공미술프로젝트를 추진하며 전국에 벽화마을을 양산했다. 청주 수암골 벽화마을이 전국에 생겨나면서 장소와 지역성의 의미는 사라졌다. 그러다 보니 마을을 돋보이는 특색있는 예술사업이 아니라 모방만 만들어내는 프로젝트로 비난을 받았던 사업이다. 코로나19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예술인들을 위한 지원이 다시 공공미술프로젝트를 추진하게 된 배경이다.

청주 역시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이 집행처가 되어 1차 공모에서 1팀을 선정했고, 현재 2차 공모를 진행하며 추가로 2팀을 선정할 계획이다. 이 사업에 대한 관심은 역시 예산이다. 1개 팀을 지원하는 사업비가 1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청주는 물론 전국에서 프로젝트에 선정되려고 치열한 눈치작전이 펼쳐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정부는 과거의 프로젝트와 차별화하기 위해 지역 예술인이 중심이 되어야 하고, 기존의 벽화작업에서 벗어나는 방식을 제안하고 있지만, 프로젝트는 예술가의 예술정신을 사는 것이 아니라 행위를 산다는 점에서 수준 높은 예술향유는 기대할 수 없는 구조다.

그럼에도, 이러한 지원사업이 추진돼야 하는 당위성은 많다. 코로나19는 전 세계 미술시장도 문을 닫게 할 만큼 위기다.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다양한 지원사업이 필요하다. 사업이 추진되면 전국에 공공예술이 쏟아져 나올 것은 분명하다. 실패한 사례를 반추해 천편일률적인 프로젝트를 경계하면서 지원금이 제대로 쓰일 수 있도록 문화 뉴딜의 취지를 살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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