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석 집권당, 맞습니까?
180석 집권당, 맞습니까?
  • 권혁두 기자
  • 승인 2020.09.13 19: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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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권혁두 국장
권혁두 국장

 

180석의 거대 집권당이 이렇게 추레해질 수 있는 건가. 추미애 장관 아들의 군 복무 시절 특혜 의혹을 대하는 여당의 언행을 보면 이런 생각을 하지않을 수 없다. 해명보다는 변명과 억지로 의혹을 모면하려는 정치판의 구태가 그대로 답습되고 있다. 무조건 오리발을 내밀다가 사실관계가 드러나면, 그 대목은 건너뛰고 다른 유리한 논점으로 이동해 방어전을 펼치는 구차한 전략이다.

추 장관은 아들 휴가연장 문제가 제기되자 부대 당직병과 아들의 통화 자체를 부인했다. 보좌관이 부대에 휴가연장을 문의하는 전화를 했다는 의혹도 “소설을 쓰고있다”며 전면 부정했다. 그러나 그날 당직을 섰던 병사(지금은 대학원생)는 추 장관 아들 서모씨가 휴가 마지막 날까지 귀대하지 않아 전화를 걸어 복귀를 독촉했다는 진술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다. 부대장 등 밀접 관계자들의 녹취록이 속속 드러나면서 보좌관이 부대에 전화를 했다는 의혹도 소설이 아닌 쪽으로 굳어가고 있다. 그러나 추 장관은 이에 대해 어떠한 해명도 하지않고 있다.

여당은 대신 규정에만 저촉되지 않으면 된다는 논리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때 맞춰 국방부가 서씨의 병가 연장은 규정 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공표했다. 전화만으로 휴가를 연장한 것도, 병가를 연장하면서 군병원 요양심의위 심의를 생략한 것도 국방부와 육군 규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했다. 여당은 그것 보라며 기세를 올렸지만, 민간병원 진단서만 있으면 전화 한 통화로 휴가나 병가를 연장할 수 있는 규정을 처음 들은 군인들은 실소를 금치 못하고 있다. 앞으로 예하 부대에선 휴가병들이 휴가 연장을 요청하는 전화가 쇄도할 터 인데, 국방부가 그 걱정을 했는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규정상 아무런 하자가 없다는 이 휴가연장 조처는 부대의 어떠한 행정기록에도 남아있지 않다. 이 문제도 기록을 누락한 행정적 실수라며 넘어갔다. 의혹을 둘러싼 논란이 길어지면 또 다른 의혹이 등장하기 마련이다. 추 장관이 여당 대표 시절 아들의 특정지역 부대 배치와 평창 동계올림픽 통역병 차출을 직간접적으로 청탁했다는 새로운 의혹들이 제기되며 사태는 더 꼬여갔다.

민주당은 `메시지에서 밀리면 메신저를 공격한다'는 전략을 동원했다. 청탁 의혹을 구체적으로 공개한 한 예비역 장교의 전력을 문제 삼은 것이다. 그가 추 장관 아들 특혜의혹에 불을 댕긴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의 사단장 시절 참모를 지낸 인연을 들어 진술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런데 이 팩트는 그가 34년 간 군에 복무하며 신 의원과 함께 근무한 기간은 고작 3개월에 불과하다는 또 다른 팩트와 충돌하며 동력이 떨어졌다.

할만한 말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뭔가 해야 한다는 강박에 빠졌을 때 나오는 게 자충수다. 우상호 의원은 “카투사 자체가 편한 보직인데, 휴가를 갔냐 안 갔냐를 논하는 자체가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카투사 출신들이 “우리가 군대서 놀다왔느냐”고 항변했고, 이 발언을 `카투사가 누릴 당연한 특혜를 모르는 사람들이 가타부타 할 게 아니다”는 얘기로 받아들인 국민들은 혀를 찼다. 당에서 청년을 대변한다는 장경태 의원은 “(자식이 군대를 가면) 아예 연락을 두절하고 부모 자식 관계를 단절하고 살아야 하냐”고 항변했다. 자식을 군대에 보내놓고 전화로 하는 휴가연장은 물론 올림픽 통역병의 존재를 이 번에야 알게된 국민들은 자식에 대한 무관심과 군 규정에 대한 무지를 부끄러워 해야 할 처지가 됐다.

마침내 이번 특혜의혹의 단초가 됐던 옛 당직병을 개혁에 저항하는 범죄자로 몰아붙인 의원이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황희 의원은 SNS를 통해 “단독범이라고 볼 수 없다. 공범도 규명해야 한다”며 그를 범죄자로 확정했다. 느닷없이 국민을 범죄자로 규정했지만 수긍할 근거는 없었고 상상은 창공을 날았다. “검찰개혁의 저지인지, 대한민국을 둘로 쪼개 대혼란을 조장하기 위함인지 국민은 끝까지 추궁할 것이다”며 당직병을 검찰개혁 저지세력 내지는 국론분열 세력으로 결론지었다.

고작 장관 아들의 휴가특혜 의혹이다. 집권당은 이 조차도 국민을 납득시키지 못하고 시간만 끌다가 `검찰개혁에 앞장 선 장관에 대한 반개혁세력의 저항'으로 각색하는 궁색한 지경에 이르렀다. 추 장관은 어제 국민에게 심려를 끼쳤다는 사과문을 냈지만 아들의 부대 배치와 올림픽 통역병 선발을 청탁한 의혹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불리한 대목에선 침묵하고 유리한 입장만 강조하는 `아전인수(我田引水)'로는 여론을 되돌리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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