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공사원가, 왜 공개 못 하나
아파트 공사원가, 왜 공개 못 하나
  • 오영근 기자
  • 승인 2020.09.03 2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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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논단
오영근 선임기자
오영근 선임기자

 

모든 제품에는 제조원가라는 게 있다. 제품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재료비와 노무비, 경비를 합친 값이다.

여기에다 판매 관리비와 적정의 이익을 더하면 그게 바로 판매가격이 된다.

모든 제품의 판매가격이 이렇게 형성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상식일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게 있다. 아파트 분양가다. 아파트 분양가격은 아파트라는 제품의 판매가격이다.

그럼에도 소비자들은 아파트의 분양가격이 어떻게 산정되는지 도통 알 수가 없다.

분양가격이 적정한지 따져 본다는 건 언감생심이다.

건설사가 공시한 분양가를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게 관행이다.

지난 2006년, 청주의 아파트 분양가가 3.3㎡(1평)당 6백만원 이상으로 치솟던 때의 일이다.

예전 토지공사(LH)가 요즘에 `핫 플레이스'로 뜬 청주 율량2지구의 아파트 용지를 분양했다.

그때 아파트 용지 분양가격이 3.3㎟(1평)에 484만원이었다.

그 무렵 2~3년 앞서 분양됐던 청주 산남지구는 184만원, 강서지구는 238만원이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아파트 용지(택지) 값이 3배 가까이 오른 것이다.

택지비는 아파트 분양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택지비가 비싸면 당연히 분양가도 오를 수밖에 없다.

실제 율량2지구 아파트 분양가는 평당 8백만원 전후로 산남, 강서지구보다 2~3백만원이 뛰었다.

택지비 상승분이 아파트 분양가에 반영된 결과였다.

그렇다면 당시 율량2지구 택지 분양가는 적정했던 것일까. 결론은 전혀 아니었다.

당시 토지공사가 밝힌 율량2지구 택지 분양가 산정방법은 이랬다.

앞서 분양된 산남과 강서지구 아파트 분양가를 평당 7백만원으로 잡고 여기서 평당 건축비와 부대비용을 빼낸 나머지를 택지조성 원가로 잡았다는 것이다.

모든 제품에 적용되는 <판매가격=제조원가+정적이익>의 상식을 깨는 기가 막힌(?) 방법이었다.

더구나 당시 율량2지구 토지매입 보상비는 2~3년 전 산남지구나 강서지구 토지 매입비와 비슷했다.

결국 적은 원가에 땅을 사들여 택지로 조성한 뒤 비싼 가격에 팔아먹은 셈이다.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셈법이었지만 당시 토공은 `내부지침'이라는 관행을 내세웠다.

토공은 분명 막대한 이득을 챙겼을 것이다.

그 부담은 아파트 분양가에 고스란히 반영됐고 공사원가를 알 턱이 없는 애먼 소비자들이 떠안았을 것이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최근 서울 구로구 항동지구 4단지 분양 아파트의 공사원가를 공개했다.

항동 4단지는 25평형 기준 `서울의 3억원대 아파트'란 점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곳이다.

SH공사가 공개한 공사원가는 직접 공사비와 건설자금 이자, 인건비, 경비 등 61개 항목이다.

12~15층 190세대 중 분양아파트건설비가 387억원, 가구당 2억300여만원의 공사비가 들어갔다는 내용이 낱낱이 공개됐다. 서울에 3억원대 아파트가 가능했던 이유다. 아마 이 아파트 입주자들은 자부심을 느꼈을 것 같다.

아파트의 공사원가를 알게 된 국내 최초의 입주민이 됐으니 말이다.

SH공사 김세용 사장은 “공사비를 공개하면 건설업체가 얼마의 이윤을 남겼는지를 다 알 수 있어 입주자들을 상대로 폭리를 취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공사원가 공개가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킬수 있는 효율적인 방안이 될것”이라며“원가를 공개못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가능한 것을, 그동안 아파트 건설업계는 왜 공사원가를 공개하지 않았을까?

돈벌이 욕심만 컸던 게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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