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더 성장해가는 발걸음
조금 더 성장해가는 발걸음
  • 최지은 청주시 상당구 세무과 주무관
  • 승인 2020.09.03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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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최지은 청주시 상당구 세무과 주무관
최지은 청주시 상당구 세무과 주무관

 

공무원이 돼야겠다고 다짐한 것은 스물한 살 때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인생에서의 가장 큰 고비는 시험인 것 같았고 2년 반이라는 긴 시간 끝에 나는 합격자 명단에서 `합격'이라는 두 글자를 보고 드디어 모든 게 다 끝났다고 생각했다.

사실 주변의 축하를 받았을 때도, 임용 전 교육을 다녀왔을 때도 내가 합격했다는 사실이 크게 와닿지 않았다. 그러던 중 예상 발령일 보다 더 빨리 임용장을 받게 됐다는 문자가 왔고 임용식부터 자취를 시작할 방을 구하고 첫 출근까지 정신없이 하루하루가 지나갔다.

그렇게 정신을 차렸을 땐 나는 상당구 세무과 체납징수팀의 부동산 압류 담당자가 돼 있었다. 예상치 못했던 세무과로의 발령과 이름만 들어도 무서운 부동산 압류를 맡게 됐다는 사실에 머리가 하얘졌다. 이런 일은 어른들이 하는 일인 줄 알았는데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만이 머릿속에 맴돌았고 그 와중에 쉬지 않고 울려대는 전화벨 소리를 외면할 수는 없었다. 전화를 받자마자 건네는 첫 인사말부터 어색함이 묻어났고 민원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해 들리는 민원인의 짜증 섞인 목소리는 나를 더욱 두렵게 만들었다. 그럴 때마다 힘이 돼주었던 건 팀원을 포함한 주변 주무관님들이었다. 항상 긴장한 나에게 먼저 따뜻하게 말을 걸어주시고 누구보다 팀원들을 걱정하고 생각해 주시는 팀장님, 첫 주 고지서 작업을 끝내고 고생했다며 커피 한 잔을 건네주시는 주무관님. 민원인과의 통화 중 버벅거릴 때마다 먼저 다가와서 차근히 알려주시는 주무관님. 배울 의지만 있다면 뭐든지 알려주시겠다는 주무관님…. 낯선 타지에 와서 겁먹고 긴장한 나에게 선배님들의 따뜻한 한 마디가 나를 이곳에서 버틸 수 있게 해줬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첫 임용 때는 아득하기만 했던 6개월이 지나 시보가 해제됐다. 정식 공무원으로 임용이 됐다는 공문을 보면서 잔뜩 긴장했던 첫 발령 날이 생각났다. 아직도 어려운 민원을 받으면 두려운 마음으로 주변을 둘러보기도 하지만 팀원들이 나를 믿고 자리를 비울 때면 팀에서 한 사람 몫을 할 만큼 성장한 것 같아 뿌듯해진다.

언젠가 어느 주무관님께서 이 자리에 앉으면 누구나 프로가 돼야 한다고 해주신 말씀이 떠오른다. 그 말을 들었을 당시에는 많이 긴장됐지만 점점 내가 해결할 수 있는 민원이 많아지고 민원인의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됐다는 생각에 뿌듯해지고 앞으로 더 잘 하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나는 지금 진정한 어른으로서, 공무원으로서 성장해 나가는 중이다. 그 과정에 있어 좋은 밑거름이 돼준 고마운 과장님, 팀장님, 주무관님들을 만나 다행이었고 다음에 다시 뵈었을 땐 더 이상 어리바리했던 세무과 막내가 아닌 어엿한 청주시 공무원으로 성장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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