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위의 물고기
땅 위의 물고기
  • 김기자 수필가
  • 승인 2020.09.02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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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김기자 수필가
김기자 수필가

 

상어는 부레가 없다고 한다. 죽지 않기 위해서 태어나면서부터 쉬지 않고 헤엄을 쳐야 하는 운명을 지녔다고 한다. 결국, 수년 후에는 바다에서 강한 물고기로 변하여 살아가게 된다니 놀랍기도 하고 한편 궁금했다. 부레가 없다면 가라앉게 되는데 물 위로 어떻게 뜰 수 있을까. 이유인즉 상어의 내장기관인 간과 창자에 차지한 지방질이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방이 물보다 가벼워 부레의 역할을 대신하기에 가능하다는 것을 알았다.

상어의 삶을 통해 나를 돌아본다. 남편과 함께 식당업을 하지만 대부분의 몫은 내가 감당하며 꾸려가고 있다. 규모가 그리 크지 않다 보니 여자 일이 많은 편이다. 나도 상어처럼 부레가 없는 삶을 가진 걸까. 끝없이 헤엄치듯 일에서 벗어날 수 없는 입장이어서 그런 생각을 한다. 주저앉고 싶은 마음에 갈등도 많이 겪어야만 했다. 지금은 나이만큼이나 노련하게 물 위를 유영하며 살고 있는 실정이다. 그것은 가라앉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해 몸부림친 결과가 아니었나 싶다. 아내로서, 엄마로서의 책임감은 그만큼 중요했다.

긍정의 힘을 가까운 이에게 전이시키고 싶었다. 함께 일하는 여인이 있는데 친구삼아 허물없이 지내는 사이다. 그녀와 남편 얘기를 나누다 보면 쌓인 불만이 수위를 넘을 때가 부지기수지만 상어에 관해 이해를 풀어 주었다. 사는 게 힘들다고 생각하면 할수록 부담스러움만 쌓여갈 게 분명하니 상어를 닮아가자 부추 켰다. 서로 바라보며 `일할 수 있는 건강이 있으니 얼마나 다행이냐'하면서 위로를 나누었다. 그렇지만, 그녀와 나는 결코 사나움을 지닌 상어가 아니다. 미끈하고 날렵하게 움직이는 물고기처럼 활발하게 일하는 여자일 뿐이라고 자칭 당당히 표현을 했다.

등에 걸린 짐이 무거워도 내려놓을 수 없었던 지난날이다. 선택은 귀중했다. 가족이라는 바다가 나를 가라앉지 못하도록 만들어 주었던 것이다. 고단했지만, 자신을 포기하지 않았던 결과였다. 이제는 두렵지 않다. 우선 건강한 정신을 찾게 되어 다행이다. 가족을 위해 내가 감당해야 할 몫이 있다면 당연한 현실로 받아들이며 가는 거다. 지금 내 몸이 귀한 도구의 역할을 하는 중이라고 다짐한다.

나는 땅위의 물고기이다. 물속의 상어처럼 계속 헤엄치듯 삶에 충실해야 한다. 방심하면 가라앉듯이 어떤 변화를 겪게 될지 모른다. 이제 세상의 바다도 마음먹기 따라서 살아가기에 수월할 수 있음을 알았다. 긍정의 힘만큼 좋은 에너지는 없기 때문이다.

상어는 신체기관에서 없는 부분을 극복하였다. 살아남기 위한 사투는 한계를 뛰어넘었고 스스로를 강하게 변화시켰다. 누구나 힘들고 어려울 때, 상어를 떠올려 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혼자 얻어낸 대답 앞에 고뇌가 사라졌다. 지금도 애쓰며 헤엄치는 땅 위의 날들이지만 개의치 않는다. 건강하니까 가능치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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