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사자 와니니
푸른 사자 와니니
  • 김현숙 충북교육도서관 사서
  • 승인 2020.08.31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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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말하는 행복한 책읽기
김현숙 충북교육도서관 사서
김현숙 충북교육도서관 사서

 

유년시절 나의 부모님은 늘 바쁘셨다. 가진 것 없이 시작한 밥벌이에 아침 일찍 일을 시작하고 깜깜해진 밤에 지친 몸으로 돌아오셨다. 그래서 늘 고단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맏딸인 나는 나보다 세 살 어린 동생을 돌봐야 했다. 어린 마음에 어린 동생이 어찌나 귀찮던지. 고무줄놀이를 해도 동생 때문에 놀이에 끼워주지 않는 친구들에게 야속했고 그 화는 슬그머니 동생에게로 향하곤 했었다.

동생을 골목길에 혼자 두고 집으로 쏜살같이 도망치기도 하고, 유치원에 다니던 동생은 열쇠가 없어 집에 혼자 들어가지 못해 언니가 올 때까지 대문 앞에 쭈그리고 앉아 있는데 못 본 척 친구들과 한참을 놀고 오곤 했다. 참 못된 언니였다. 지금도 동생에게 저지른 만행이 가끔 떠올라 얼굴이 화끈거리다 못해 가슴이 아프기도 하다.

이런 사연으로 책을 읽다가 작고 나약한 존재가 등장하면 절로 눈길이 간다. 야생의 초원을 떠오르게 하는 초록색 겉표지의 책 `푸른 사자 와니니'는 암사자 와니니의 하루하루 위기의 연속이자 연이은 모험의 과정을 그렸다. 한 살짜리 어린 사자인 와니니는 몸집이 작고 사냥 실력도 뛰어나지 못해 무리에서 쫓겨나고 만다. 떠돌이가 된 와니니는 원숭이나 새에게 무시를 당하기도 하고 치타에게 쫓겨 도망을 다니기도 한다. 밀렵꾼의 총에 맞을 뻔한 위기를 간신히 넘기기도 하고, 비가 내리지 않는 초원을 떠나 언제나 비구름이 머무는 장소를 찾아 나섰다가 실패하기도 한다.

쓸모없는 존재로 여겨지다 작은 실수 한 번에 쫓겨나는 냉혹한 사자의 세계. 스스로의 삶을 헤쳐 나가야 하는 주인공 와니니는 사냥은 해 본 적도 없다. 시작은 풀과 열매, 너구리, 토끼로 시작했지만 점차 임팔라, 가젤도 사냥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독립적으로 진취적으로 자라는 모습이 기특하기만 하다. 다행스럽게도 와니니는 좋은 친구들을 만난다. 와니니처럼 어딘가 부족하고 남들 눈에는 쓸모없게 여겨질지 모르는 수사자 아산테와 잠보. 이들은 끼와 재능을 나누고 협동하며 함께 살아간다.

냉혹한 야생의 세계는 현재 우리의 삶과도 많이 비슷하다. 서로 경쟁하는 학교생활, 교우관계, 등록금 1000만원 시대, 치솟는 집값 등 인간의 세계 또한 녹록지 않다. 야생의 세계만큼이나 냉혹하다.

이 책을 통해 푸른 사자 와니니, 아산테, 잠보처럼 서로 함께 협동하며 살아간다면 할머니 암사자 마디바처럼 강한 사자만이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무리에서 쫓겨날 정도로 약한 사자들도 냉혹한 세계에서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음을 확인받으며 위로받는다.

오늘보다 더 멋진 내일이 있음을 알고 내 주변의 친구들과 서로서로 도우며 더불어 살고 있는 지금을 격려한다. 푸른 사자 와니니처럼 용기있는 삶을 살아가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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