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반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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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현기 여가문화연구소장·박사
  • 승인 2020.08.30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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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여는 창
김현기 여가문화연구소장·박사
김현기 여가문화연구소장·박사

 

아버지는 가난한 집에 태어나 고학으로 어렵게 중학교를 졸업하셨다. 몸이 불편한 할아버지를 대신해 일찍부터 생업과 공부를 병행하셨다. 우체국 집배원으로 일하면서도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셨다. 집 벽을 전부 예상 문제로 도배하고 화장실까지 책을 갖다 놓으셨다. 일과 식사 시간 빼고는 모든 에너지를 공무원 시험 준비에 쏟으셨다. 네 번의 고배를 마시고 난 후 합격증을 받으셨다. 춤추던 할머니와 눈물을 훔치던 어머니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

아버지는 면서기가 되어 고향에서 평생 근무하셨다. 또박또박 월급을 받고 현명한 어머니의 살림 덕분에 집은 제자리를 잡아갔다. 두 분의 노력 덕분에 우린 모두 대학을 졸업했고 가정도 꾸렸다. 평범한 우리 가족에게 죽음과 질병이라는 고통이 갑자기 들이닥쳤다. 아버지가 은퇴하시고 어머니는 뇌출혈로 쓰러져 세상을 떠나셨다. 평생 가족을 위해 애쓰시다 이제야 안정을 찾으려 했는데 그런 기쁨은 허락되지 않았다. 엎친 데 덮친다고 얼마 되지 않아 아버지가 `파킨슨'이라는 병에 걸리셨다. 도파민이라는 신경 전달물질이 생성되지 않아 근육의 움직임이 조절되지 않는 질병이다. 움직임이 퇴행하면서 마지막에는 호흡과 식사조차 할 수 없는 치료약이 개발되지 않은 질병이다.

아버지는 진단을 받고 15년이라는 세월을 병과 싸우셨다. 좋은 의사를 만나 치료받았고 부지런히 운동하신 덕분에 상위 1%에 들 정도로 병을 관리하셨다. 파킨슨병 치료의 핵심은 균형이다. 먼저 손 떨림 현상과 보행의 어려움을 관리하여 몸의 움직임을 조절하려고 매일 약을 먹어야 한다. 약을 먹으면 몸의 움직임이 확실히 좋아진다. 문제는 장기간 복용으로 `환각과 치매'라는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이다. 치료의 핵심은 두 가지의 균형을 잡는 것이다. 움직임 조절도 잘 되면서 환각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 가장 적절한 투여량을 찾는 것이다. 그리고 계속 세심히 관찰하고 정기적으로 검사한다. 균형이 깨지면 같은 방식을 되풀이한다. 이렇게 15년을 견디셨지만 결국, 적절한 치료약이 없어 세상을 떠나고 마셨다.

코로나 19가 온 세계를 휩쓸고 사람들을 고통으로 몰아가고 있다. 초기에 잘 관리되던 우리나라도 `신천지'라는 복병을 만나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질병관리본부와 공공의료 체계 중심의 신속 추적과 창의적 진단 방법, IT 기술과 높은 시민 의식으로 위기에서 벗어났다. 오히려 K 방역이라는 신조어를 만들고 한국의 국격을 높였다. 거리 두기와 경제, 두 요인의 균형을 잘 유지한 것이다. 거리 두기를 강조하면 병은 예방하지만, 경제는 심대한 타격을 받는다. 파킨슨병 치료와 똑같은 원리다. 치료약이 개발되지 않은 한 거리 두기와 경제라는 두 요인 간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시민 의식과 희생이 필요하다. 그러나 `사랑 제일 교회와 광복절 집회'는 종교와 정치라는 이름으로 균형을 깨버렸다. 피해는 너무나 심각하고 국민을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이웃사랑'이라는 종교와 `공동선 지향'이라는 정치가 이웃을 고통받게 하고 생명을 위협한 것이다. 묵묵히 희생을 감수한 시민과 의료진, 관계 공무원들을 모욕한 것이다. 사과와 용서를 구하는 것이 마땅한데도 거꾸로 목소리를 높이며 독재와 탄핵을 주장하고 고발을 남발한다.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더 엄격한 법 집행으로 책임을 물어야 한다. 끝까지 추적하고 조사해서 심판을 받게 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허황한 사람들의 기도와 원색적 구호로 지켜지지 않는다. 평범하고 양식 있는 시민들의 소리 없는 희생과 참여로 지켜진다. 지금, 이 순간에도 거리 두기를 실천하며 나와 이웃의 생명을 지키려는 평범한 이웃들의 노력에 존경의 박수와 감사의 인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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