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도 명당이 있다구요?
우주에도 명당이 있다구요?
  • 한강식 속리산중 교사
  • 승인 2020.08.26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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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들려주는 과학이야기
한강식 속리산중 교사
한강식 속리산중 교사

 

올해는 허블 우주망원경(이하 허블)이 발사된 지 30주년이 되는 해이다.

10년 정도의 기대 수명으로 설계된 허블은 무려 3배에 달하는 시간을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다. 애초부터 우주왕복선을 활용한 수리를 염두에 두고 설계된 덕에 5차례의 수리를 거쳐 지금까지 수명을 연장해 왔다.

허블은 활동 기간 수많은 업적을 남겼다. 약 100억~200억년 사이로 예측되던 우주의 나이를 138억년 정도로 정교화하는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했다.

빈 공간이라고 생각했던 영역을 약 270시간 동안 촬영한 결과, 무려 1만개에 달하는 은하를 사진으로 얻어낸 `허블 울트라 딥 필드'는 허블이 촬영한 가장 극적인 영상으로 손꼽힌다.

그러나 허블이 여전히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것은, 이를 대체할만한 적절한 우주망원경이 아직 궤도에 오르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물론 허블 이후에도 스피처, 케플러, 찬드라, TESS 등 우주망원경들이 발사돼 활동 중이거나 이미 퇴역하였다.

다만 허블에 비해 비약적으로 성능이 향상되었다고 이야기할만한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하 제임스 웹)이 궤도에 오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제임스 웹은 주거울의 지름이 6.5m로 지름 2.4m인 허블에 비해 약 7.3배의 빛을 모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빛을 모으는 능력이 대폭 향상되는 만큼 지금보다 더 멀리 있는 우주 초창기의 천체를 포착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진다.

제임스 웹과 허블의 또 다른 차이점은 위치이다.

허블은 약 600㎞ 내외의 비교적 낮은 고도에서 돌고 있다. 지구에서 출발한 우주왕복선으로 허블을 수리하려면 높은 고도는 곤란했을 것이다. 하지만 제임스 웹은 보다 먼 `우주의 명당'을 찾아간다. 바로 라그랑주점 L2이다.

라그랑주 L2지점은 지구를 기준으로 태양과 정반대편에 위치한다. 따라서 L2는 지구보다 약간 더 큰 공전궤도 반지름을 가지고 1년에 한 바퀴씩 태양을 공전한다.

우주망원경이 이 위치에 자리 잡으면 지구와 태양이 항상 같은 방향에 있으므로 이들에 의해 시야가 가리는 면적을 최소화할 수 있다.

다만 L2지점 자체는 지구의 그림자에 숨어있기 때문에 태양광 발전이 불가능한 문제점이 있다. 태양광 발전 없이는 전력 공급에 차질이 생긴다. 따라서 제임스 웹은 L2지점을 중심으로 지구 공전궤도와 수직인 방향으로 공전하면서 태양광 발전을 확보할 계획이다.

제임스 웹은 올해 7월 종합 시스템 실험을 완료했다. 앞으로 발사 과정에 대비한 소음 및 진동 실험을 마치면 비로소 우주로 발사할 수 있다.(코로나19의 여파로 발사 예정일은 2021년 10월로 연기되었다.)

L2지점은 지구로부터 약 150만㎞ 떨어진 먼 지점이다. 고장이 나도 수리할 수 없고, 실패하면 돌이킬 방법도 없다.

우주에 관한 한 인류의 도전은 어느 하나도 쉬운 일은 없었다. 이미 수많은 시간과 예산을 사용한 제임스 웹이 실패하면 언제쯤 다시 재도전의 기회를 가질지 알 수 없다.

현재로서는 우주에 대한 인류의 이해를 확장시키는데 제임스 웹의 역할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

진심으로 성공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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