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이 코로나 고쳐준다고?
주님이 코로나 고쳐준다고?
  • 오영근 기자
  • 승인 2020.08.20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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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논단
오영근 선임기자
오영근 선임기자

 

고등학생때 나이가 4살 가량 많고 교회를 성실히 다니던 동네 형이 있었다.

성격이 순했고 특히 노래를 잘 불렀다. 군에 입대한 그 형이 무덥던 여름 어느날 휴가를 나왔다.

군복엔 `군종'이란 명찰이 달려 있었다. 그때 그 형의 걸음걸이가 무척 불편해 보였다.

나중에 듣기로 그가 지독한 무좀을 고치기 위해 특별휴가를 나왔다고 했다.

그리고 웃기는(?) 얘기도 들려왔다. 그 형이 무좀 약은 바르지 않고 매일 기도만 한다는 거였다.

가족들의 성화에도 “꼭 기도로 치료하겠다”며 고집을 피운다고 했다.

세월이 흘러 그 형은 목회자가 됐다. 그러나 그 형이 기도로 무좀치료에 성공했는지 그 뒤로 들은 바 없다.

서울 사랑제일교회에서 시작된 코로나 재확산의 기세가 무섭다.

일주일만에 확진자수가 600명을 훌쩍 넘어섰다. 수도권은 물론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사랑제일교회발(發) 확진자로 온 나라가 위중한 상황이다. 그 혼돈의 중심에 전광훈 목사가 있다.

사랑제일교회는 대한예수교 장로회 소속이다. 교단에서 인정하는 정통 기독 교회다.

그러나 8.15광화문 집회와 코로나 재확산 과정에서 비쳐진 그의 모습은 정통교회의 목회자가 아니었다.

그의 연설에는 독설과 억지가 넘쳐났다.

“저를 이자리에 못나오게 하려고 중국 우한바이러스 테러를 했다.”, “~바이러스 균을 우리 교회에 갖다 부어 버렸다.”수만명 인파에다 거침없이 쏟아낸 이 말이 과연 성직자의 품격에 어울릴까.

코로나가 1차 대유행했던 지난 2월 신도들에게 한 말도 그랬다.

“오히려 이런 예배에 참여하면 성령에 불이 떨어지기 때문에 걸렸던 병도 낫는다고요. 이번에 바이러스 걸린 사람 있습니까. 아니 다음주에 다 예배오십시요. 주님이 다 고쳐주실 겁니다.”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그 정도가 너무 지나치다. 혹세무민(惑世誣民)에 다름 아니다.

혹세자 같은 그의 말을 누가 믿을까. 누가 그의 말을 따를까. 하지만 사랑제일교회는 그의 말을 따랐다.

신도들에게 그의 말은 법이었다.

“전광훈은 정부의 방역지침을 어기고 기어이 집회를 열였다. 교회의 명령을 어길 수 없고 교회 말을 따르는게 하나님을 따르는 일이라 생각한 이들은 집회로 몰려나갔다.”

광화문 집회에서 코로나에 감염된 이 교회 신도의 가족이 SNS에 올린 글의 한 토막이다.

이쯤되면 맹목적 믿음(신앙)이란 말이 절로 나온다.

종교에서 믿음과 치유는 분명 상관관계가 있다고 논해진다. 믿음과 기도로 병이 완치된 사례가 수없이 많다고 들 한다. 하지만 전염병이 퍼졌을때 맹목적 믿음으로 모여 기도하다 집단감염된 사례 또한 적지않다.

카톨릭 심리영성상담소 홍성남 신부는 최근 코로나와 신앙인의 자세에 대해 이렇게 일갈했다.

“믿음을 가지고 다같이 모여서 기도하면 하느님께서 병을 물리쳐 주신다고 하는 것은 맹목적 신앙에 근거한 말이다.”

`바이러스 걸린 사람, 예배에 나오면 주님이 다 고쳐준다'고 외쳤던 전광훈 목사. 하지만 예배에 나온 사람 상당수가 코로나에 걸렸다. 그 자신도 확진자가 됐으니 할 말도 없으련만 또 그는 정부가 교회 확진자수를 늘린다고 되레 큰소리다.

목사가 된 어릴적 동네 형, 나는 그때 그 형이 기도로 무좀을 고쳤기를 정말 바란다. 그 형은 분명 좋은 목회자가 됐을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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