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약한 요괴
세상에서 가장 약한 요괴
  • 민은숙 청주 동주초 사서교사
  • 승인 2020.08.17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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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말하는 행복한 책읽기
민은숙 청주 동주초 사서교사
민은숙 청주 동주초 사서교사

 

여름엔 왠지 공포를 읽어야 할 것 같다. 여름 더위 퇴치를 위해 여름에는 항상 추리나 공포소설을 옆에 끼고 읽는다. 그런데 올해는 여름 더위보다 홍수를 더 걱정했던 상황이었으니 이 상황이 호러지 싶었다. 비가 와도 좀 적당히 와야 하는데, 홍수 뉴스를 보면서 걱정되고, 무섭기까지 했다. 현실이 가끔은 더 호러 같다. 부디 다들 무사히. 별 탈 없어야 하고 빌게 된다. 참, 멀리 있는 공포 소설보다 가까이 있는 현실이 더 무섭다.

그래도 여름이니까, 하고 도서관을 기웃거리다 발견한 책이 이 책이다. 요괴는 가장 강할 거 같구만, 세상에서 가장 약하다니 눈에 띈다. 뭔가 재밌어 보이는 책이라는 촉이 온다. 장마 속에 발견한 시원한 책 `세상에서 가장 약한 요괴'(김동식 글·요다)다.

첫 이야기는 `황금 인간'이다. 어느 날 집안의 가장이 금으로 변하게 되고, 생활고에 찌든 가족들은 금으로 변한 가장의 머리카락부터 잘라 판다. 동화 `행복한 왕자'의 현실판이다. 생각은 했지만, 설마 했던 끝맺음이다.

마지막 이야기, `할머니를 어디로 보내야 하는가'이야기를 꼭 읽어보라고 하고 싶다. 천국 사무소에 한 할머니가 도착한다. 퇴근 시간이 지나 사무소를 닫으려는 신참 여직원이 머뭇거리다가 할머니를 받아 줬는데, 할머니는 지옥으로 자기를 보내 달라고 한다. 이유를 묻는 직원에게 자살한 딸이 지옥에 있다며, 자기가 못난 엄마라서 지옥에서 딸과 함께 있어 주고 싶다고 한다. 할머니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착하게 살아 천국행인데, 지옥으로 보내 달라는 부탁에 직원은 이걸 어쩌지 하고 난감해한다. 이후는 책으로 읽어 보시라.

읽으면서 오래간만에 단편 소설의 맛을 느낀 거 같다. 나는 오 헨리나 호시 신이치의 단편 소설을 좋아한다. 짧지만 재밌으면서 여운이 있는 소설을 좋아한다. 최근 읽은 단편집 중 가장 최고의 작품은 `5분 후 의외의 결말'이었다. 이 책은 외국과 일본의 유명 단편을 묶어 엮었다. 9권짜리 책 다 읽고 뭔가 헛헛해서 호시 신이치 단편집을 다시 읽고는 이제 뭐 읽나 하던 차에 발견한 책이라 더 기쁘다.

우리 작가 중에서 이런 단편 써 주는 작가가 있으면 참 좋겠다 했는데, 오래 찾던 것을 발견한 기분이다. 나 어릴 적엔 일본이나 미국의 소설이 인기였는데, 최근엔 한국 작가도 SF나 판타지, 로맨스 분야에서 재미있고 좋은 작품을 발표해서 추천 듣고 챙겨보는 맛이 있다. 외국 작품이 아니라 우리 말로, 우리 작가가 쓴 장르 소설 덕질을 할 수 있어 정말 좋다.

작가는 부산에서 성장해 타일 기술을 배우기 위해 대구로, 대구에서 액세서리 공장에 취직해 10년을 근무했다. 이 책도 인터넷 게시글을 모아 엮은 책이다. 드라마 SF8의 원작인 `일주일 만에 사랑할 순 없다', `회색 인간', `정말 미안하지만, 나는 아무렇지도 않았다'등 아직 읽어보지 못한 작품이 있어 기쁘다. 이번 여름은 이거 읽으면서 보내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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