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같이 떠들었는데 왜 남학생만 혼날까
분명 같이 떠들었는데 왜 남학생만 혼날까
  • 김태선 물리교육학 박사·충북 특수교육원 과장
  • 승인 2020.08.12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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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들려주는 과학이야기
김태선 물리교육학 박사·충북 특수교육원 과장
김태선 물리교육학 박사·충북 특수교육원 과장

 

“떴다!”

학창시절, 선생님이 오시나 안 오시나 망을 보는 친구를 하나 세우고 왁자지껄 떠들던 때가 있었다.

망을 보는 친구가 `떴다!'라고 말하자마자 우당탕탕 구르고 넘어지며 분주하게 제자리를 찾느라 바쁘다. A선생님이 교실로 들어오시면 언제 떠들었느냐는 듯이 얌전을 빼며 열공하는 척하는 친구들을 보고 웃음을 참느라 힘들었다.

그런데 참 이상도 하지? 분명 여학생들의 소란함이 더 컸는데 왜 A선생님께서는 남학생들보고 시끄럽다고 나무라는 것일까? 여학생만 편애하시나? 더 심하게 시끄러웠던 여학생들에게 아무 말씀도 없는 것에 대해 남학생들은 무척이나 억울해했다. 여자인 필자가 보기에도 공평하지 못한 대우로 보였다.

그런데 웬걸? 여전히 소란한 친구들은 며칠 후에도 똑같이 왁자지껄 축제(?)를 벌였는데 수업하러 들어오시던 B선생님께서도 남학생들에게 왜 이렇게 시끄럽게 떠드느냐고 야단치셨다.

여학생들은 혼나지 않아서 좋기는 한데 미안한 마음에 눈동자만 또르륵 또르륵 굴리고 있고 남학생들은 억울해서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심지어 어떤 남학생은 여기 선생님들은 다 여학생들만 좋아하느냐고 볼멘소리도 했다.

이처럼 동일한 상황을 여러 번 겪으면서 이 상황에 뭔가 있구나 하는 생각을 어렴풋이 했는데 그 의문에 대한 답은 대학에서 일반물리학을 공부할 때에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여자의 목소리가 남자의 목소리보다 주파수가 높다. 주파수가 높다는 말은 피치가 높은 고음이라는 뜻으로 여자의 목소리가 남자의 목소리보다 더 선명하게(혹은 째지는 듯하게) 들린다.

그런데 위에서 언급한 이 문제는 고음이 더 잘 들린다는 것과는 다른 문제이다. 즉 멀리 있는 선생님께 어떤 목소리가 더 잘 전달되느냐에 달려있다. 여러 가지 변인의 통제가 필요하기는 하지만 세부적인 변인 통제와 초기조건 등등은 물리학자들의 과제이므로 무시하고 거칠게 일반화하여 이야기해보자.

일반적으로 큰 소리일수록, 낮보다는 밤에, 바람을 등지고 서 있을 때 더 멀리까지 퍼진다. 그러나 선생님께 목소리가 전달되는 경로에 장애물이 있게 되므로 회절(파동이 장애물 뒤쪽으로 돌아 들어가는 현상)이 일어난다. 그래서 주파수가 높은, 달리 표현하면 파장이 짧은, 여자 목소리는 선생님께 전달되기 어렵다.

반면 주파수가 작은, 달리 표현하면 파장이 긴, 남자 목소리는 회절이 잘 되어 장애물을 넘어 선생님께 전달된다.

남녀 상관없이 왜 모든 선생님들이 남녀차별(?)을 했는지 그 이유가 참 재미있지 않은가!

이는 깊은 산 속에서 라디오 FM(고주파 단파장) 수신은 어렵지만 AM(저주파 장파장) 수신은 잘 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이처럼 소리는 묘한 매력이 있다. 지난 1월 해외 프리마켓(청년 예술가의 수제품 판매)에서 야자나무 대를 깎아 디자인한 물건을 보았다. 핸드폰을 끼우면 서라운드 사운드로 현장에서 노래를 듣는 것 같은 효과를 주는 발명상품이다. 값이 문제가 아니었다. 과학적 원리에 혹해서 내 거로 원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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