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펜하우어와 담담한 인생
쇼펜하우어와 담담한 인생
  • 양철기 교육심리박사·음성 원남초 교장
  • 승인 2020.08.06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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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으로 보는 세상만사
양철기 교육심리박사·음성 원남초 교장
양철기 교육심리박사·음성 원남초 교장

 

독일 철학자 쇼펜하우어(1788-1860)는 당대 주류였던 헤겔 철학의 철저한 합리주의와 이성주의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는 헤겔과 달리 인간의 본질을 이성이 아니라 의지(무의식)에서 찾았다는 점에서 현대철학의 선구자로 평가를 받기도 한다. 또한 심리학이 정식학문으로 자리 잡기 전에 무의식, 억압, 고통과 고난 등과 같은 심리학적 주제를 철학 서적에 펼쳐 프로이트와 유의 심리학에 큰 영향을 끼쳤다.

흔히 그를 일반적 염세주의자(pessimist) 혹은 자살예찬론자로 알고 있다면 잘못 알고 있는 것이다. 비관주의자인 동시에 낙관주의자라고 한다면 모순일까?

대부분의 사람은 적극적이고 낙천적이어야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낙천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사람일수록 막상 어려움에 직면하면 어쩔 줄 몰라 우왕좌왕할 수 있다. 지금 서구사회가 코로나19 사태로 우왕좌왕하는 것은 20세기에 깊게 뿌리박은 낙관주의의 영향도 있다. 불확실성의 시대를 힘겹게 지나고 있는 지금, 쇼펜하우어의 비관적 철학이 조금은 위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 비관주의 철학의 행복론

쇼펜하우어는 “삶은 고통이다.”라고 했으며, 욕망이 있으면 채우지 못하는 괴로움에 시달리고 욕망이 없으면 욕망이 없음으로 인해 삶의 무의미에 시달리는 것을 기본적인 인간의 속성으로 파악했다. 그러나 그는 세상을 싫어하고 귀찮은 것으로 여기는 그런 비관주의자가 아니었다. 오히려 행복을 인생의 가장 큰 목적으로 바라본 철학자였다. 고통으로 가득 찬 우리의 실제 삶을 똑바로 응시하고 그 절망적인 세상 안에서 누릴 수 있는 진정한 즐거움과 기쁨을 누리며 당당하게 살아갈 것을 강조하였다.

세상을 비관적이고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세상을 바꿔보려는 꿈이 있는 사람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비관주의 철학은 낭만에 빠져 헛된 희망을 꿈꾸게 하지 않고 오히려 현실을 직면하게 함으로써 부정의 힘을 길러 준다. 부정의 방법을 통해 속박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가르쳐 준다. 현실을 직시하며 세상에 대한 자신의 의지를 줄이면 행복할 수 있다고 가르친다. 그리하면 좀 더 인생을 담담하게 살 수 있게 된다.



# 담담한 삶

쇼펜하우어의 비관주의는 인생에서 득과 실 앞에서 담담해지라고 말한다. 인생에서 십중팔구는 뜻대로 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좋은 때를 만났다면 감사해야 하며, 절대로 자기 자신을 잃어서는 안 된다. 반면 나쁜 때를 만났다면 용감히 맞서되 기가 죽어서는 안 된다. 마음만은 담담하게 가져야 한다. 인생의 길에서 주변의 모든 것을 담담하게 보면 맑은 정신을 유지할 수 있다.

담담하게 처세하는 사람은 마치 물처럼 담백하다. 어찌 보면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사람들이 먼저 가까이 다가오기 때문에 결국 사람들과 어울리게 되어 있다. 담담한 사람들은 이 경박하고 들뜬 세상에서 안정적인 모습으로 세상을 조용히 이끌어 간다.

다른 사람에게 기대를 걸지 마라. 많은 사람이 불행하다고 느끼는 것은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기대를 걸기 때문이다. 사람은 각자 다른 객체이자 독립된 인격체이다. 지혜로운 사람은 타인을 내가 원하는 대로 바꾸려고 시도하지 않는다. 강산은 쉽게 바뀌어도 사람의 본성은 바꾸기 어렵다. 정말 지혜로운 사람은 고독한 법이다.

어떤 일이든 너무 중요하게 생각하지 마라. 자칫 그 일에 자기 자신을 잃을 수 있다. 일을 지나치게 중시하면서 개인의 심리적 신체적 건강을 해칠 수 있고 불필요한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 저항할 수 없는 인생의 기복이 찾아오면 담담하게 직시하는 것만이 행복해질 유일한 방법이라고 쇼펜하우어는 말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자신에게 닥친 일 자체보다 두려움에 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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