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키우기 좋은 나라
아이 키우기 좋은 나라
  • 김순남 수필가
  • 승인 2020.08.05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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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김순남 수필가
김순남 수필가

 

비 내리는 아침 신호대기 중일 때였다. 횡단보도에는 다섯 살쯤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가 우산을 들고 걸어가고, 뒤에는 아이 아빠가 둘째아이를 안고 바쁘게 걸어가고 있었다. 어린 아이들은 출근하는 아빠의 손에 이끌려 돌봐줄 누군가에게로 가는 듯이 보였다. 어린이집 가방을 메고 있지만 아직 보육시설이 문을 열기엔 이른 시각이었다.

일찍 나오느라 아이들 밥은 먹였을까. 아이들이 늦잠도 못 자겠구나. 엄마, 아빠는 본인들 출근 준비도 바쁠 터인데 아이 둘 챙겨 내보내느라 얼마나 동동거렸을까 싶어 자꾸만 신경이 쓰였다. 맞벌이 부부들이 아이들 돌보기가 만만치 않음은 말해 뭐하랴.

나 역시 손녀에게 가는 길이었다. 아들, 며느리가 출근 하고 나면 세 살 손녀를 두 시간 정도 데리고 있다가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는 일이 내 임무다. 지난해 가을부터 이제 일 년 가까이 되었는데, 아침마다 짧은 시간이지만 잠시도 한눈을 팔 틈이 없다. 밥 먹이고, 씻기고, 옷 입히기, 머리 묶기, 용변처리 등을 순조롭게 하려면 아이 기분을 살피고 폭풍칭찬에 오버액션 까지 해가며 아이와 호흡을 해야 한다.

오죽하면 변덕이 심한 사람을 아이 같다고 할까. 금방 기분이 좋아 폴짝폴짝 뛰고 놀다가도 조금만 뜻대로 안 되면 울어버리는 아이다. 아기일 때부터 까꿍 놀이를 유난히 좋아했는데 지금도 얇은 이불을 뒤집어쓰고 “할머니, 나 찾아봐”하면 찾기 어려운 듯이 능청을 떨며 찾아줘야 좋다고 까르르 까르르 넘어간다. 아이가 춤추고 싶으면 함께 춤춰야 하고 소꿉놀이도 같이 맞장구치며 먹는 흉내를 내며 `맛있다, 고맙다'해줘야 즐거워한다.

저 출산시대를 모두 걱정한다. 이를 극복하고자 정부나 각 지방 자치단체에서도 여러 대책을 세우지만 큰 실효를 거두지는 못하는 것 같다. 물론, 양육비 지원, 출산장려금 등이 많은 도움이 되겠지만 가임기 여성들이 직장일과 육아에 대한 부담을 덜기에는 역부족 인듯하다. 일반 직장에서는 마음 놓고 육아휴직에 들어갈 여건이 안 되니 아이들을 온종일 보육시설에 맡기거나 양가 부모님 중 여건이 되는 분의 도움을 받거나 아이 돌봄 서비스를 받아야 하는 실정이다.

연 초에 접한 기사가 생각난다. US뉴스앤 월드리포트에서 매년 시행하는 조사 자료에 의하면 `세계에서 아이 키우기 가장 좋은 나라'는 덴마크, 스페인, 노르웨이 순으로 북유럽 나라들이 높은 점수로 선정되었다는 내용이다. 우리나라는 조사한 73개 나라 중 26위에 머물렀다. 평가 기준은 인권, 가족 간 친화도, 성 평등성, 공공교육, 행복지수, 소득 평등, 안전관리, 건강 등 8개 항목을 근거로 조사했다고 한다. 선두 나라들의 출산휴가, 유급 육아휴직, 단축근무 등이 후한 점수를 받지 않았나 싶다.

아이는 부모와 있을 때 가장 행복하지 않을까. 우리나라에서도 시행은 되고 있지만 모든 직장에서 육아휴직이나, 단축근무 제도를 마음 편히 사용하지 못하는 현실이다. 어린 아이가 있는 부모는 누구나 직장에서 좀 더 아이와 있을 시간을 할애받는다면 아이 키우기 좋은 나라로 한 발 더 나아가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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