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길의 반구대 암각화
서진길의 반구대 암각화
  • 정인영 사진가
  • 승인 2020.07.30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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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정인영 사진가
정인영 사진가

 

“사진가는 늘 역사를 중요시하면서 역사기록을 생활화해야 합니다.”

서진길. 그는 사람이 생활하는 것 자체가 역사라고 말한다. 조상 대대 이어져 온 역사의 기록을 중요시하는 것이 사진의 의미가 상실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인류사회의 각 분야에 기여한 사진가들이 역사기록의식과 기본창작정신을 뚜렷한 정신이념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올해로 사진 인생 60년이 되는 그는 국보 제285호인 반구대 암각화를 영상 대하소설로 표현해 인문학적 시각으로 기록해 보여줬다. 시인 묵객들의 숨결이 배어 있는 반구대 암각화를 역사성과 시대성, 그리고 문제의식으로 조명했다는 데에 그 의미가 크다.

천하일경이라 말할 정도의 아름다움을 지닌 반구대 암각화는 고려시대 포은 정몽주의 유적과 집청정, 반구서원과 살아 숨 쉬는 듯한 흔적들을 생각할 때 국내는 물론이고 세계적인 학자들의 관심이 높다고 한다.

이곳은 신석기 말에서 청동기시대에 해당하는 그림, 즉 그 시대 사람들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사냥과 고기잡이 모습, 동물과 사람들의 모습 등 1백50여 점이 바위에 새겨져 있다.

거북이가 엎드린 모습이라 하여 반구대라 이름 지어진 이곳에는 2배 56m의 산자락 절벽에 선사시대 사람들의 생활과 신앙을 짐작할 수 있는 그림들이 매우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어 학술적 가치가 크다고 알려졌다.

반구대 암각화는 이러한 중요성이 스며 있음에도 세월의 흐름에 따라 암각화 아래에 있는 물에 의한 훼손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으로 수위조절시설을 해놓았으나 이마저도 홍수에는 속수무책이어서 안타깝기 그지없다고 한다.

이러한 현실에 비추어 이번 반구대 암각화의 사진과 글은 책의 성격상 서로가 서로의 상징성으로 어우러진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 주었다. 사진으로 무엇인가를 만들고, 또 무엇인가를 남기겠다는 것은 곧 사진가로서의 의무이기도 하지만 이에 글을 곁들여 사진에 더한 몇 배를 거두는 표현 효과는 자못 크다고 하겠다.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는 것들 중에서 의미가 있고 없음은 순전히 사진가의 마음에 달렸다. 그 마음이라고 하는 것은 보이는 것을 어떻게 보고, 평가 이해할 수 있느냐 하는 지식능력이다.

지식능력은 사진가 자신이 키워야 한다. 카메라 사진에 대한 공부는 물론 역사 인문과 자연환경 등 다양한 내용의 책을 읽고 또 읽으면 된다.

어느 한 사물을 보면서 그것이 의미 있는 것인지 아닌지는 사진가가 사물의 존재가치가 있느냐 없느냐를 판단하면서 그 중요하고 덜 중요함을 찾아내어 찍고 안 찍고, 쓰고 안 쓰고를 결정하는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반구대 암각화'의 출간은 선사시대 이후 지금까지의 역사에 깃든 중요성과 이를 시각화하고 소설화하여 일구어낸 사진가의 뛰어난 지식능력에 의한 크나큰 수확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사진예술은 영구적인 것이 아닌 반영구적인 면이 있어 사진가의 지적 능력과 정성에 따라 사진가의 생명체가 연장되고 안 된다고 하겠다. 사진가는 치열한 작가정신이 필요한 것과 아울러 그를 발표하여 역사에 남길 줄 알아야 한다. 요즘 눈만 뜨면 사진 속에 묻혀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시대에 청량감을 안겨준 사진가 서진길의 `반구대 암각화'는 앞으로 길이 보전되어야 할 유적과 예술의 시금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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