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을 넘어 디지털시대에 삼절(三絶)
조선을 넘어 디지털시대에 삼절(三絶)
  • 티안 라폼므현대미술관 미디어아트작가
  • 승인 2020.07.22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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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산책
티안 라폼므현대미술관 미디어아트작가
티안 라폼므현대미술관 미디어아트작가

 

고흐, 피카소, 고갱, 드가, 모네와 같은 예술가들의 이름이나 작품들은 우리에게 익숙하게 느껴지지만 조선시대 우리의 위대한 선비화가들인 이정, 신잠, 이인상, 강세황, 심사정, 정선, 윤두서, 어몽룡, 김정희 등과 같은 이름은 무척 생소하게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은 조선 중기의 대표적인 시(詩)·서(書)·화(畵) 삼절(三絶)로 불려진 선비화가들이다.

삼절은 3가지 뛰어난 재주를 가진 사람을 일컫는 말로 대개 삼절은 문인화가로 시·서·화 3가지에 모두 뛰어난 예술가를 높이 부르는 말이다. 동양화 중에서 특히 문인화에서 시·서·화, 세 가지가 모두 뛰어난 경우로 이는 서양미술사에서는 볼 수 없는 동양적 가치이자, 미적 개념이기도 하다. 그 유래는 중국의 남북조시대에 이른다. 그만큼 동양에서는 시서화 이 세 요소의 적절한 조화가 예술작품을 평가하는 데 중요한 요소로 오랫동안 내려왔으며 시서화를 별개의 장르로 보지 않고 융합적 형태로 보았다. 지금처럼 시는 시대로 그림은 그림 대로 보는 방식은 근대 이후의 일이며, 특히 우리에겐 일제강점기 이후의 일이기도 하다. `시중유화 화중유시(詩中有畵 畵中有詩)'`시 속에 그림이 있고, 그림 속에 시가 있다'는 송나라의 소동파가 당나라의 대시인 왕유의 시를 평하면서 유명해진 말이다. 지금은 이러한 융복합적 삼절의 미를 찾아보기가 힘들다.

4차산업혁명 디지털시대,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언택트 시대로의 전환 속에서 이 시대를 관통하는 삼절은 무엇일까?

100년도 안 된 가까운 과거에는 글과 그림이 하나이면서 그림이 곧 시이며 말과 글, 글과 글씨, 그림과 글의 조화가 한 작품에 융합되어 지금처럼 분화된 예술장르가 아닌 `크로스오버'작품으로 관람객과 소통하였다. 2020년 현재, 인공지능·AR(증강 현실)과 MR(혼합현실)·빅데이터와 같은 디지털시대에 삼절은 시·디지털·화 3가지가 아닐까 생각한다. 현실 속 디지털의 활용은 이제 단순히 장르 간의 경계를 넘어 근본적으로 경계를 없애고 모든 것을 융합해나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촉발된 문화예술계에 온라인공연환경은 예술가의 공간적·시간적 영역을 확장해주었다. 하지만 디지털 온라인환경이라는 새로운 문법을 익히는데 상당한 어려움이 따르고 디지털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예술가들은 고립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일시적 혼돈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 새로운 삶의 시작으로 앞당겨진 미래가 요구하는 어떠한 문법과 변화도 수용하고 같이 성장해 나가야 한다. 코로나19 사태가 아니더라도 이미 밀레니얼 세대는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환경 속에서 성장해왔으며 이들은 전시회 초청장을 모바일로 확인하고, 온라인에서 전시회 주요 작품을 미리 확인한다.

요즘의 작가들은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을 통해 관람객과 직접 소통한다. 이제는 미술관이나 갤러리를 방문하지 않고도 작품을 여러 디지털기기를 통해 감상하고 큐레이팅 서비스를 받기도 한다. 디지털강국인 우리의 문화예술은 이미 세계 속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조선시대 위대한 선비화가의 시·서·화 삼절처럼 이제는 시·디지털·화 삼절의 작가들을 기대해 볼만한 시기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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