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헌법, 사람의 헌법
국민의 헌법, 사람의 헌법
  • 노동영 변호사·법학박사
  • 승인 2020.07.15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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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영 변호사의 以法傳心
노동영 변호사·법학박사
노동영 변호사·법학박사

 

오는 17일은 헌법이 제정된 지 72주년이 되는 제헌절(制憲節)입니다. 우리 생활 속에서 제헌절에 별다른 의미를 두고 있지는 않을 것입니다. 대개는 제헌절 하면 2008년부터 공휴일에서 제외되어 쉬지 않고 일하는 날의 하루 정도로 생각하고 맙니다. 중요한 것은 제헌절이 공휴일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대한민국 정부수립일인 8월 15일(1945년 광복절 말고 1948년 정부수립일을 말합니다)보다 먼저라는 것입니다.

보통은 국가가 먼저 존재한 후에 헌법을 만드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국가의 개념을 법적으로 엄밀히 접근하면, 헌법이 완성되어야 비로소 대외적으로 국가 즉, 주권국가(독립국가)라고 말하게 됩니다. 역사적으로도 헌법의 제정 및 공포가 먼저 있고 한 달 후인 1948년 8월 15일에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됩니다. 국민, 영토와 함께 국가의 3요소인 주권이 비로소 헌법의 제정에 의해 실현되기 때문에 국가가 완성됩니다. 국민과 영토만이 있는 상태의 국가의 실체인 불완전국가가 주권자 내지 헌법제정권자의 결과인 헌법의 제정으로 완전국가가 되었습니다.

1987년의 현행 9차 개정 헌법은 30년이 넘도록 꽤 훌륭하게 대한민국의 질서를 규율하여 왔고, 국제사회에서도 모범적인 헌법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특히 헌법재판소의 도입을 통해 국회가 만든 위헌적 법률을 무효화시킴으로써 최고법으로서 존재감과 최고규범성을 공고히 하였고, 지방자치를 실현함으로써 풀뿌리 민주주의를 통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와 국민주권주의가 더욱 실질적으로 구현되고 있습니다.

헌법을 가장 간단히 정의한다면, 목적으로서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그 수단으로서 국가의 통치구조를 정한 국내법의 최고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헌법의 목적과 국가의 역할은 같습니다. 헌법과 국가는 국민을 위해 존재합니다.

헌법의 태생은 원칙적으로 국민을 전제로 합니다. 대한민국의 국적을 가진 사람이 헌법의 주인입니다. 최소한 1987년 이후의 현행 헌법은 지금까지 국민을 위해 잘 작동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국민이 아닌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법의 규율은 모범적이었다고 평가하기에는 이릅니다.

현행 헌법은 `국민'의 `기본권'보장을 전제로 합니다. 사법부의 해석에 따라 외국인 역시 영역에 따라 국민 수준의 기본권과 같은 인권을 제한적으로 보장받지만 `외국인'의 `인권'을 보장하는 정도까지 규정되지 못했습니다. 인권(人權)은 말 그대로 사람의 권리이고, 기본권(基本權)은 국민의 권리입니다. 신체의 자유, 표현의 자유, 양심의 자유, 사생활의 자유 등 우리 생활이나 권리구제 측면에서 중요한 기본권은 헌법이 거의 모두 규정하고 있어 기본권과 인권은 혼용되고 있지만(우리 헌법은 절충적으로 기본적 인권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습니다), 헌법에 표현되지 못하고 외국인으로서 보장받지 못하는 권리가 있기 때문에 엄밀히는 인권이 기본권보다는 넓은 개념입니다.

일제강점과 한국전쟁의 암울한 시대를 넘어온 대한민국이 더 강하고 행복한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사람이라면 국민과 외국인 모두 행복을 추구할 수 있어야 합니다. 국민의 헌법이 장차 사람의 헌법이 되기를 갈망합니다.

/변호사·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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