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와 불신
인사와 불신
  • 심영선 기자
  • 승인 2020.07.05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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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심영선 부국장(괴산주재)
심영선 부국장(괴산주재)

 

괴산군이 지난 1일자로 단행한 인사에 뒷말과 함께 불신감도 커지고 있다. 자칫 이차영 군수가 집권 후반기에 추진할 굵직굵직한 군정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되는 부분이다.

괴산군은 퇴직에 따른 서기관(4급) 2명, 사무관(5급) 2명을 승진하고, 5급 2명을 승진 내정했다. 6급 이하 8급까지 모두 78명을 승진시켰다. 군은 이번 인사를 민선7기 후반기 조직분위기 쇄신을 위해 직원들이 공감하는 예측 가능한 인사, 발전 가능성과 경력, 역량, 추진력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과는 한참 벗어났다. 연공서열이 한참 늦은 공무원을 사무관으로 내정했는가 하면 전문 기술직을 요하는 자리에 행정직을 배치하는 무리수를 두기도 했다.

실거주지와 다르게 주소만 괴산에 둔 일부 공무원들이 줄줄이 승진잔치를 하는 등 인사기본 방침에도 어긋났다는 목소리가 내부에서 터져 나왔다.

그래서 이번 인사는 당초 기대와 달리 `여름 장마철 빗물과 함께 씻겨간 인사였다'는 악평을 받았다. 특정 실·과와 읍·면은 물론 내부 공직자들의 실망감도 더욱 크다는 지적도 나왔다.

즉 인사의 원칙과 정도(正道), 그리고 기본 정석도 무시한 채 인사병폐 현상만 또 보였다는 점이다. 결국 이번 인사는 어느 때보다 평가절하되면서 공직 내부의 사기도 떨어뜨렸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간부 공직자 A씨는“군이 기본적인 가드라인도 없고 공정성과 투명성도 보장되지 않는 인사를 했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군의 이런 인사 시스템이라면 어느 공직자가 책임감을 갖고 소신을 다하겠느냐”라고 평가절하했다. 이처럼 이번 인사는 공직 내부에서도 불만과 불신이 모두 표출되는 최악의 인사로 분류됐다.

이뿐 아니다. 군이 단행하는 인사 때는 외부인의 입김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소문도 주민들 사이에 끊이지 않고 있다. 이 소문이 사실이라면 군이 정기적으로 시행하는 인사는 매번 졸속 인사라는 오명을 씻을 수가 없다.

군은 이쯤에서 이런 소문의 근원지를 확인하고 차단해야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공직자 내부 인사 만큼은 외부의 입김이 절대 작용해서는 안된다. 외부의 입김이 좌지우지하는 인사는 결국 군민들에게 신뢰받는 군정도 추진할 수 없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날 없다'는 말처럼 외부 입김이 작용하는 군정은 흔들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때 백락일고(伯樂一顧)라는 속언은 유명하다. 이 속언은 명마(名馬)도 백락(伯樂)을 만나야 세상에 알려진다는 뜻이고 재능 있는 사람도 알아주는 사람을 만나야 빛을 발한다는 의미다. 명석한 임금과 어진 신하가 만난 것을 의미한다.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자치단체 공직자 인사는 단체장의 권한이고, 단체장은 인재를 잘 발굴해 적재적소에 배치해야 할 책임이 있다. 그래야 지역이 더 크게 발전할 수 있고, 신뢰받는 공직자로 거듭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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