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비우기
마음 비우기
  • 박사윤 한국어강사
  • 승인 2020.07.01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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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박사윤 한국어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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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이 멈추었다. 먹통이 된 휴대폰의 전원을 껐다 켰다 반복해도 아무 반응이 없다.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 서비스센터로 갈까 하다가 딸에게 물어봤다. 휴대폰 안에 저장된 것이 많아서 그런 것 같다고 했다. 가까스로 부팅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바로 필요 없는 사진과 동영상을 지우기 위해 수천 장의 사진들을 하나하나 확인했다. 똑같은 사진들이 여러 장이었다.

보통 여러 번을 찍어서 그중에서 잘 나온 사진만 남겨두려 했다. 그러나 그것도 귀찮았던 모양이다. 이것저것 지우고 지워봤지만 쉽게 줄지 않았다. 휴대폰에 뭐 그리 많은지 모르겠다. 사진 정리하는데도 많은 시간이 걸릴 것 같아서 결국 USB에 옮겨두는 것을 선택했다. 사진, 동영상을 삭제하고 쓰지 않는 어플도 지웠더니 잘 작동되었다. 무겁게만 느껴졌던 휴대폰이 한결 가벼워진 듯하다.

휴대폰은 우리에게 중요한 물건이 되어 버렸다. 손쉽고 편리하다는 이유로 모든 일을 하게 되었다. 휴대폰이 일상이다 보니 중요한 것은 모두 저장했다. 그런데 저장만 해 놓고 그 이후로는 신경 쓰지 않았다. 열어보지도 않을 거면서 왜 저장을 했는지 모르겠다.

현대사회에서 정보는 치열한 경쟁사회를 살아가는 데 있어서 반드시 필요한 요소 중의 하나이다. 정보를 많이 갖고 있으면 있을수록 경쟁력이 높아진다는 생각에 이것저것 새로운 정보만 생기면 일단 저장부터 한다. 그러다 보니 받은 자료들로 메일 보관함이 터질 듯 차 있어도 쉽게 지우지 못한다.

집안 곳곳에 가득 채워 놓은 물건뿐만 아니라 USB에도 각종 자료가 가득 차 있다. 유행이 옥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모아두었던 자료도 새로운 자료에 밀리게 된다. 하지만, 언젠가 필요할 거라고 생각되어 모아두었지만 정작 필요한 땐 어디에 두었는지 찾지도 못할 때가 많다.

TV에서 쓰레기로 가득 찬 집에 사는 사람의 이야기를 본 적이 있다. 발 디딜 틈 없을 정도로 뒤덮여 있다. 그들은 가득 찬 물건들 때문에 일상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로 큰 문제를 겪기도 한다. 그런데도 버리지 못하고 쌓아두는데 이러한 증상을 저장강박증이라고 한다.

주변 사람들의 신고로 집주인을 설득하였다. 쓰레기를 치우는데 수십 명의 자원봉사자가 동원되었고 1톤 화물차 20대 분량의 많은 쓰레기가 나왔다. 그 좁은 집에 저 어마어마한 물건이 들어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우리의 눈에는 쓰레기로 보이지만 그들에겐 소중한 물건이고 삶의 희망이란다. 이처럼 갈수록 물건에 집착하고 버리지 못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휴대폰에 가득 찬 자료들을 버리지 못하는 나와 집안에 쌓아둔 짐들을 끌어안고 사는 그들과 다를 게 뭐가 있는가? 단지 감출 수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차이일 뿐이다.

그동안 읽지 않고 쌓아놓기만 한 책들, 수많은 자료도 아깝다고 모아 만 두었다. 살을 빼기 위해 몸만 다이어트 할 게 아니라 물건 다이어트도 해야 할 것 같다.

휴대폰 안을 비우고 나니 기분까지도 가벼워진 것 같다. 휴대폰도 얼마 못 가서 다시 채워지겠지만, 그때까지라도 비움의 멋을 느껴보련다.

더불어 마음속에 깊숙이 묵혀두었던 마음의 짐도 이참에 내려놓아도 괜찮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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