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통방통 홈쇼핑
신통방통 홈쇼핑
  • 김현숙 충북교육도서관 사서
  • 승인 2020.06.22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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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말하는 행복한 책읽기
김현숙 충북교육도서관 사서
김현숙 충북교육도서관 사서

 

오늘 나는 VVIP가 되었다. 하루가 다르게 지름신이 강림하셔서 결제하기 버튼을 마구 누른 탓이다.

오늘도 나의 작은 휴대폰 화면엔 홈쇼핑이 열려 있다. 선크림, 여름옷, 신발, 가방, 집에서 필요한 생필품, 아이들 학용품까지 화면 속 상품의 상세정보를 확인하고 결제하느라 나의 엄지손가락은 분주하다. 간혹 TV채널을 여기저기 돌리다가 마음에 드는 상품을 봤을 때 쇼 호스트의 “마감임박입니다. 이번만 제공되는 최다구성입니다. 다음에는 만날 수 없는 상품구성입니다.”멘트에는 마음이 콩닥콩닥 손가락은 다급해진다.

`신통방통 홈쇼핑'(이분희 지음·이명애 그림·비룡소·2019) 이 책은 도깨비 전설이 깃든 `독각면'의 낯선 시골에 살게 된 주인공 선우찬이 지루함에 못 이겨 큰할아버지의 집에 있는 뚱뚱한 티브이를 이리저리 돌리다가 기묘한 상품을 파는 홈쇼핑의 고객이 되어 벌어지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아빠의 사업실패로 엄마 아빠와 떨어져 밤이면 `토도독 토독'도토리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는 상수리나무로 둘러싸인 시골집에 오게 되고 낯선 학교생활에 적응해야 하는 찬이의 마음과 소망이 반영된 듯 기이한 모습을 한 쇼 호스트들은 이상한 물건을 판다. 투명인간으로 만들어주는 도깨비 감투, 나뭇잎을 넣으면 돈으로 변하는 나뭇잎 지갑, 원하는 사람의 모습으로 변신시켜주는 구미호의 꼬리 등 이 모든 것은 상수리나무 도토리 한 됫박으로 결제하면 되기에 선우찬은 망설임 없이 전화 수화기를 든다.

홈쇼핑에서 물건을 파는 설정, 도토리 열매로 결제하는 시스템, 주인공 찬이에게 꼭 필요할 것 같은 느낌을 갖게 하는 물건을 파는 설정 등이 재미있다.

전학 첫날부터 아픈 곳을 쿡쿡 찌르며 놀려대어서 도깨비 감투의 힘으로 복수해 준 대성이, 대성에게 늘 무시당하지만 실실거리며 웃는 게 특기인 명석이, 대성이의 유일한 천적인 똑똑이 주영이까지 네 아이가 우정을 형성해 나가고 더 나아가 나만의 결핍만을 바라보는 아이들이 상대방을 배려할 줄 알고 상대방의 행복을 빌어줄 수 있는 아이들로 성장해가는 모습은 대견하다.

가을이 지나고 겨울로 계절이 변해서 집 주변에 더 이상 도토리 열매를 구할 수 없게 되었을 때쯤 기묘한 홈쇼핑에서는 사은품으로 `여의주 사탕'을 제공한다. “여의주의 힘찬 기운을 듬뿍 녹여 사탕에 담았습니다. 여의주 사탕 드시고 힘찬 겨울 보내시길 바랍니다” 메시지와 함께.

찬이는 엄마가 할아버지께 보낸 택배의 주소를 추적하여 서울의 낯선 동네 작은 방에서 고단한 일상을 살아내고 있는 엄마 아빠를 먼발치에서 보고 온다. 여의주 사탕은 일을 하고 와서 곤히 잠든 아빠의 입속에 넣어주며 엄마 아빠를 기다리며 씩씩하게 지내고 있겠다고 다짐을 하는 장면은 가슴 뭉클하기까지 하다.

재미와 감동 두 가지를 모두 갖춘 책. 도토리 열매 한 됫박 들고 독각면을 찾아가고 싶다. 그곳에 있을 `토도독 토독'도토리 떨어지는 상수리나무와 뚱뚱한 티브이를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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