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유산과 길의 만남, 새로운 길을 열다
문화유산과 길의 만남, 새로운 길을 열다
  • 김도연 충청북도문화재연구원 중원학연구팀장
  • 승인 2020.06.11 19: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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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김도연 충청북도문화재연구원 중원학연구팀장
김도연 충청북도문화재연구원 중원학연구팀장

 

우리의 주변을 둘러보면 심심치 않게 길을 조성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도로를 새롭게 만들거나 기존의 도로를 확장 또는 포장하는 공사, 혹은 지하도나 터널을 뚫는 공사 등이 바로 그것이다. 평소에 인식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이러한 길들은 우리의 생활 그 자체가 된다. 학교에 가거나 출근할 때, 장을 볼 때 등등 어딘가 이동할 때마다 길을 따라가기 때문이다.

길을 의미하는 한자어 `길로(路)'자는 `각각 각(各)'자와 `발족(足)'자가 결합한 모습으로 개개인이 발로 걸어다닌 곳이라는 뜻이 된다. 결국, 사람들의 모든 활동을 선으로 연결한다면 그것이 길이 되는 셈이다. 본래 사람들에게 길은 사냥이나 식물 채집, 물의 확보, 땔감 확보 등을 일상생활과 관련된 움직임의 흔적이 대부분이었다. 물론 국가 통치를 위해 길이 만들어지기는 하였으나 그것이 일반 사람들의 생활에 큰 영향을 끼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기계문명의 발달, 특히 교통의 발달로 인해 차도나 철도 등이 전국에 만들어지게 되며, 이는 곧 개개인에 엄청난 영향을 끼치게 된다. 철도는 1899년 경인선이 개통된 것을 시작으로 철도교통이 시작되었으며, 자동차 도로 역시 1970년 7월 7일 경부고속도로의 개통을 시작으로 곳곳에 고속도로가 개통되었고, 전국 곳곳을 연결하는 수많은 도로가 지금도 만들어지고 있다.

이처럼 한 세기에 걸친 교통의 발달로 인해 우리나라 전역은 일일생활권이 들어가게 되었으며, 우리의 생활에 큰 편리함을 가져왔다. 하지만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다. 한해에도 교통사고로 인해 수많은 사람이 죽거나 다치고 있으며, 최근에는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의 교통사고로 인해 어린아이들이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나 도로교통법이 개정되기도 하였다. 더욱이 지금과 같은 여름철 보행자 입장에서 도로는 아스팔트 열기와 자동차 매연 등이 가득한 공간이기도 하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산업화를 겪으면서 수많은 길이 조성되었으나, 이 길의 상당수는 편리함과 동시에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공간이기도 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이러한 세태를 비판이라도 하듯 사람들을 위한 길이 생겨나고 있다. 대학가나 시가지 곳곳에 차 없는 거리를 조성하기도 하고, 숲길이나 둘레길 등 사람들이 여유롭게 산책할 길을 만들기도 한다. 특히 이러한 길에 다양한 문화유산들이 접목되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미 청주 상당산성의 성벽을 따라 이어지는 성곽길, 제천 의림지 둘레길, 괴산군의 산막이옛길 등은 각 지역을 대표하는 관광지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유교문화자원을 기반으로 한 길도 조성되고 있다. 청주시에서는 옥화구곡 관광길 사업을 통해 구곡을 활용한 느린 여행길을 선보일 예정이며, 보은의 속리구곡 관광길이나 제천의 입신양명 과거길도 기본계획 수립이 진행 중이다.

2020년 한국관광공사에서 분석한 여행키워드 중 하나가 쾌적한 숨은 여행지 찾기라고 한다. 웰빙이 점차 강조되는 이 시대, 많은 사람은 복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여유를 찾기 위한 곳을 찾을 것이며, 그 대안 중 하나가 우리의 문화유산을 활용한 길의 개발이라고 생각된다. 앞으로 우리의 문화유산을 느끼고 그 속에서 소소한 즐거움을 찾아갈 수 있는 많은 길이 만들어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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