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국영령을 추모하며
호국영령을 추모하며
  • 노동영 변호사·법학박사
  • 승인 2020.06.10 18: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노동영 변호사의 以法傳心
노동영 변호사·법학박사
노동영 변호사·법학박사

 

제 반려식물 중에 호야가 올해 유독 많은 꽃을 피워내고 있습니다. 꽃이 나고 진 자리에 다시 꽃봉오리가 올라와 꽃이 피는 마법을 보고 있습니다. 버려져 죽어가는 긴기아난을 데려왔더니 고맙다고 인사하듯 새순을 틔워내고 있습니다. 나만의 방식으로 이 아이들과 소통을 하니 그 재미에 푹 빠져 있습니다. 또 어느 수필처럼 신록예찬과 청춘예찬을 하며 이렇게 종종 감성에 젖어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것은 후세가 70년 전 전쟁의 광기로부터 벗어나 평화를 누리도록 해주신 수많은 호국영령(護國英靈)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전쟁의 가해자와 피해자를 구분하여 본다면, 한국전쟁의 직접적인 가해자는 북한과 중국, 간접적인 가해자는 구소련을 승계한 러시아라고 할 수 있습니다. 피해자는 대한민국과 참전병력으로서 파병된 국가들의 희생자들입니다. 국제사회에서는 아무리 정의에 반한 침략국이라도 국격을 이유로, 또 당시의 침략은 허용된 것이었다는 시제법(時際法)을 운운하며 사죄하기를 꺼리는 일이 많습니다. 1950년 한국전쟁은 전쟁이 금지된 현대 국제사회에서 남침을 강행한 무력공격으로써 국제사회의 안전과 평화를 파괴한 것임에도 한국전쟁의 가해자들이 한국전쟁을 일으켰음을 인정하고 엄청난 폐허와 희생에 사죄한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한반도의 직접 교전당사자였던 북한이 휴전 후에도 비무장지대(DMZ)를 먼저 중무장화 시켰고, 1968년 청와대 습격사건·1976년 판문점 도끼만행사건·2010년 천안함 피격 및 연평도 포격사건 등 수많은 침투 및 국지도발 등의 무력행사를 빈번히 일으켰습니다. 그래도 2018년 남북·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에 평화가 무르익나 싶었는데 최근의 남북관계 답보상태에 대한 불만 때문인지 북한에서 개성공단 폐쇄와 남북연락사무소 핫라인 철수 협박 등의 긴장상태를 조성하고 있습니다. 진정한 평화와 통일의 길은 요원합니다.

한반도에서 상수(常數)인 중국은 당시 참전병력을 한반도를 구하기 위한 자발적인 의용군의 집합인 중국인민지원군이라고 하지만 휴전 이후 사령관이었던 팽덕회가 국방부장(우리의 국방장관)에 올랐다는 사실에서 침략군의 적나라한 거짓 인식을 알 수 있습니다. 1951년 1·4 후퇴가 아니었다면 우리는 분단된 한반도에서 살고 있지 않을 것입니다.

이렇듯 한국전쟁의 가해자들의 인식이 매우 실망스럽다면 대한민국이라도 한국전쟁의 피해자이자 헌신·희생된 호국영령을 위해 공훈(功勳)에 대하여 제대로 보훈(報勳)하고 있는지 되돌아보아야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현충일 추념사에서 “모든 희생과 헌신에 대하여 국가가 반드시 보답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또 고민정 국회의원은 “현 정부가 보훈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평가하였습니다. 국가보훈처장을 장관급으로 격상시킨 것이 보훈을 잘하는 것이 아닙니다. 국가유공자의 으뜸인 독립유공자와 참전유공자를 더욱 발굴하되 모든 다양한 유형의 국가유공자가 고루 예우와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또 나라를 위해 헌신·희생된 분들이 그 예우와 지원을 받지 못해 고통을 받지 않도록, 이름도 모르던 나라를 위해 목숨을 건 해외 참전용사와 그 유족에 대하여도 소홀함이 없도록 살펴야 합니다. 집권자의 인식과 현장에 기댄 민심은 다른 법입니다. 말 뿐이지 않기를 바랍니다.

/법학박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