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팽의 ‘강아지 월츠’와 덕평골 푸르미의 추억
쇼팽의 ‘강아지 월츠’와 덕평골 푸르미의 추억
  • 이현호 청주대성초 교장
  • 승인 2020.06.10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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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산책
이현호 청주대성초 교장
이현호 청주대성초 교장

 

6월이 되며 학교의 수목들은 점점 푸르러지고, 날씨도 여름을 향해 헉헉거리며 달려가는 날들이 계속된다.

아이들이 모두 하교한 오후 학교 잔디 위에 흰색의 작은 강아지 한 마리가 나타나 제 세상을 만난 듯 잔디 위를 휘젓고 다닌다. 신나게 달리다가 자기 꼬리를 물려고 뱅글뱅글 도는 모습을 보자니 재미있기도 하고 웃음도 절로 나온다.

덕평 시골학교 시절 우리 반 학생이었던 진돗개 푸르미와 쇼팽의 `강아지 월츠'의 경쾌한 리듬과 멜로디가 떠오른다.

피아노의 시인이라 부르는 쇼팽(1810~1849)은 폴란드 태생 프랑스의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로 어린 시절부터 음악적 재능을 발휘하여 7세에 작곡, 출판을 했고, 8세에 공개 공연을 했다.

쇼팽은 음악적으로는 감각적 아름다움을 추구했으며, 새로운 기교 넘치는 운지법을 개발했다. 또한 낭만주의를 추구했지만 낭만적인 치장보다는 고전적 순수함이 있었다. 약 200곡에 달하는 그의 작품은 대다수가 피아노를 위한 것이었고 오로지 몇몇 곡만이 피아노와 다른 악기를 위한 곡이었다. 실내악에 관하여서는 바이올린보다 주로 첼로와 피아노에 대해 썼고 이조차도 모두 네 곡밖에 되지 않는다. 쇼팽의 대표곡으로 자주 연주되는 곡으로는 `야상곡',`즉흥 환상곡' 등이 있다.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쇼팽의 음악은 오늘날에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강아지 월츠'는 쇼팽의 연인이었던 상드의 강아지를 보고 작곡된 작품이다.

당시 상드는 강아지를 한 마리 키우고 있었는데 마당에서 강아지가 꼬리를 따라서 빙글빙글 도는 모습을 보고 즐거워했다고 한다. 쇼팽은 상드를 보면서 강아지의 움직임을 노래로 표현해보면 재밌겠다고 생각해 이 점에 착안해서 작곡했다. 강아지가 도는 것을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고민하던 쇼팽은 음표들을 빠른 속도로 한 자리에서 맴돌게 해 뛰어난 묘사력을 보여주었다. `강아지 월츠'는 귀여운 강아지를 소재로 한데다가 기억하기 쉬운 멜로디 덕분에 아이들에게도 인기가 많고 어른들도 쉽게 들을 수 있어서 쇼팽의 왈츠 중 가장 친숙하다.

연주하기에는 다소 어렵지만 남녀노소 모두의 흥미를 유발하는 멋진 작품이다. 강아지가 도는 모습은 악보에서 재밌게 묘사되고 있다. 트릴과 함께 한 부분을 계속 맴돌고 있는 것 같은 선율로 시작한다. 귀로 듣기만 했을 때에도 충분히 느낄 수 있지만, 악보를 보면 비슷한 멜로디를 두세 번씩 반복하고 있으며 전체적으로 그 부분에 또다시 도돌이표를 사용하고 있어 반복효과가 강하게 나타난다.

또한 서정적인 노래를 하면서도 여유 넘치는 분위기가 담겨져 있다. 하지만 왈츠의 리듬 덕에 음악은 매우 재미있고 경쾌하게 들린다.

10여 년 전 지금은 폐교가 되어 없어진 덕평분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공부했던 동네 강아지 푸르미가 생각난다.

하얀 털을 가진 진돗개였는데 산이며 풀숲을 어찌나 헤매고 다녔는지 털의 색이 초록빛으로 물들어 있어 푸르미라 불렀다. 눈치가 어찌나 빠른지 혹시라도 교실에 못 들어오게 할까 봐 늘 내 눈치를 보며 2명의 아이와 교실에서 함께 공부했던 5학년 강아지 학생 푸르미가 생각이 난다. 푸르미를 생각하며 `강아지 월츠'를 들으니 덕평골 그 시절과 그 아이들이 많이 그립고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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