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 X와 스페이스 포스
스페이스 X와 스페이스 포스
  •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 승인 2020.06.03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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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후 그때도 포털이 있다면, 포털의 메인의 한 섹션에 이런 이야기가 실리지 않을까? 역사 속 오늘,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미국 민간 우주회사 스페이스X의 `크루 드래건'이 국제우주정거장(ISS) 도킹에 성공해 민간 우주발사의 새 역사를 썼다. 미국은 2011년 미 항공우주국(NASA)의 우주왕복선 발사 이후 9년 만에 자국 기술로 유인우주선 발사에 성공했다.

세계 최초였다. 민간회사 주도로 사람을 우주 궤도에 올린 것이 말이다. 바야흐로 민간 우주 시대가 열렸다. 그 역사적인 순간 나는 넷플릭스의 `스페이스 포스'라는 드라마시리즈에 빠져 있었다. 스페이스 X, 스페이스 포스 뭐 반쯤은 비슷하다.

스페이스 포스는 전형적인 미국식 코미디 드라마다. 스페이스 포스는 육군, 해군, 공군, 해병대, 해안경비대에 이어 여섯 번째 군인 우주군, 스페이스 포스(space force)가 창설된 가상의 상황에서 그 군의 대장을 맡게 된 4성 장군 마크 네어드와 맬러리 박사를 비롯한 과학자, 군인들, 정치가, 그리고 마크의 가족들이 얽혀 만들어내는 이야기다. 그들은 트위터를 즐기는 대통령의 `달 선점 명령'을 완수하고, 경쟁자 중국을 이기면서 미국의 이익을 보호하고, 나아가 지구를 지키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시리즈 중 하나가 마음에 턱 걸렸다. 드라마 속에서 네어드 장군은 우주군에게 오렌지 하나를 보내는데 드는 1만 달러의 비용에 대해 변론하라는 하원의원의 요구를 받았다. 늘상 그렇듯 예산을 깎으려는 쪽과 지켜내려는 쪽의 입씨름이 벌어진 것이다. 왜 우주군에게 1만 달러짜리 오렌지가 필요한지. 누가 봐도 답이 없는 그 질문에 대한 네어드 장군의 변론은 다음과 같았다.

`군에 있으면 돈이 다가 아니란 걸 깨닫게 됩니다. 사람이 중요하죠. 수천 명이 밤낮없이 지칠 줄 모르고 일합니다. 우린 대략 10억 달러를 들여 우주비행사 한 명을 보내 모두에게 이로울 일을 해주길 바라죠. 그 한 명의 우주비행사는 한 인간으로서 목숨 걸고 위험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을 겁니다. 돈을 바라고 하는 일이 결단코 아니죠. 그 사람은 두려움에 맞섭니다. 피로함과 불확실성과 싸우고요. 그는 지난 한 달간 건조된 맥앤치즈를 먹었을 겁니다. 정화한 자기 오줌을 마시면서요. 그 사람에게 지구의 맛을 느끼게 해주고 무엇을 위해 싸우는지 상기시켜 주고 싶습니다. 아무리 용을 써도 분말과 오줌을 가지고 오렌지를 만들 수는 없습니다. 오렌지만큼 지구를 상기시켜 줄 음식도 없죠. 오렌지는 지구처럼 완전하고 둥글잖아요.'

돈의 논리, 경제와 비용의 논리에 빠질 때가 많다. 하지만 드라마 속 네어드 장군은 사람이 중요하다고 한다. 사람을 움직이는 힘은 돈이 아니라 스스로를 움직이는 의지와 명분이라고. 우주비행사가 건조된 음식과 정화된 오줌으로 우주에서의 위험한 임무를 감당하는 것은 지켜야 할 지구와 지구에서 사는 사람들 때문이라고. 칼 폴라니가 사회를 움직이는 힘은 개인의 이윤추구가 아니라 사회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함이라고 말한 아주 오래전 이야기가 떠올랐다. 재미만 기대했는데, 감동까지 얻었다고나 할까?

아 참, 또 기억할 것 하나! 크루 드래건을 실은 스페이스 X의 팰컨9 로켓은 케네디우주센터의 39A 발사대에서 발사되었다. 39A 발사대, 기억하는가? 1969년 인류 최초로 달 착륙에 성공한 유인 우주선 아폴로 11호가 발사된 그곳 말이다. 어쩌면 우리는 기념과 기억을 위해 무엇인가를 시도하는지도 모르겠다. 2020년 6월은 우리 아이들에게 어떻게 기억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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