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의 절규와 극일
위안부의 절규와 극일
  •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 승인 2020.05.27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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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원의 단말쓴말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소녀 시절 영문도 모른 채 관헌에 끌려가 일본군 성노예가 되었던, 그 참상을 국제사회에 알리고 일본의 사죄와 배상을 끌어내기 위해 생애를 바친 이용수 할머니.

위안부 할머니들의 수호천사로 추앙받으며 대일투쟁에 앞장섰던, 그런 공로로 21대 국회의 집권여당 비례대표의원 자리까지 꿰찬 윤미향 당선인.

수요집회를 30여년 함께 했던 두 사람의 뒤틀린 관계가 우리를 슬프게 합니다. 아니 분노와 수치와 안타까움에 치를 떨게 합니다.

분노는 믿었던 잘한다고 여겼던 정의기억연대(이하 정의연)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이하 정대협)가 석연찮은 회계처리로 도마에 오르고 특정인의 치부도구로 기능했음에, 수치스러움은 일본인들에게 조소거리를 제공했음에, 안타까움은 추진동력에 약화를 초래했음입니다.

그동안 정부도 할 수 없었던 일들을 그들이 나서서 전범국 일본이 저지른 만행을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 실증적으로 알리고 일본정부로부터 진정어린 사죄와 합당한 배상을 받아내기 위해 끈질기게 투쟁했고 그동안 이룬 성과도 만만치 않아 국민들이 대견해 했고 십시일반으로 돕기까지 했으니 아연실색할 수밖에요.

합목적성과 투명성과 적절성을 담보로 하는 NGO단체가 그것도 정의연과 정대협이라는 멋진 이름을 가진 단체가 여론에 뭇매를 맞고 있으니 당연지사입니다.

올해 93세로 제게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며 절규한 이용수 할머니의 지난 5월 25일 기자회견 중 한 말이 지금도 제 가슴을 먹먹하게 합니다.

`어떤 이익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피해자들의 의지와 무관하게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무력하게 당해야 했던 우리들의 아픔이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그리고 미래 우리의 후손들이 가해자이거나 피해자가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나뿐 아니라 우리 모두가 피해자'라는.

그렇습니다. 광복된 지 75년이 지났으나 남북통일은커녕 아직도 대립과 적대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고, 극일을 외치면서도 일본에 일방적으로 경제보복까지 당하며 살고 있으니 우리 모두는 조상을 뵐 면목이 없는 빚진 자들입니다.

부끄럽습니다. 아직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등에서 알게 모르게 일제가 남긴 언어와 문물을 쓰고 있고 생활 속에 파고드는 신 일본류도 적잖게 있으니 통재입니다.

그럼에도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에선 해묵은 좌우 이념대립과 친일 반일 운운하며 편 가르기에 골몰하고 있으니 기가 찹니다.

다행히 높은 교육열과 창의력에 힘입어 기업경영. 산업, 의료, 문화예술 등 민간영역에선 일본을 앞서거나 버금가는 것이 많아 안도되고 기대도 됩니다.

하지만 자만은 금물입니다.

우리의 국력과 영향력이 커진 건 분명하지만 일본은 여전히 명실상부한 초일류 경제대국이고 미국을 등에 업고 군사대국화를 도모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 정부의 반대와 성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죽도(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세뇌교육까지 하는 교활한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각설하고 이용수 할머니의 요구는 정의연과 정대협의 회계부정과 제기된 윤미향의 의혹 부분을 밝혀서 그에 합당한 조치와 처벌을 하라는 것이지 양 단체의 그간의 활동과 이룬 성과를 폄하하고 훼손하려 함이 아닙니다.

하여 부탁합니다. 진보진영은 그를 응원하는 국민들을 친일세력 운운하며 본질을 흐리지 말고, 보수진영도 사태를 정략적으로 활용하려 하지 말고 검찰이 압수수색해 수사를 하고 있는 만큼 결과를 지켜본 후에 정치적 결단을 하기 바랍니다.

문제에 중심에 선 윤미향 당선인은 내일이라도 당장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 진솔하게 해명하고 결자해지하기 바라며, 그를 공천해 당선시킨 더불어민주당도 공천경위를 밝히고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조치를 하기 바랍니다.

국민의 혈세로 억대의 보조금을 주고도 검증을 소홀히 한 정부와 관련 지자체는 자성하고 비록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일지라도 해야 할 일은 하기 바랍니다.

정의연과 정대협은 잘못을 조속히 바로잡고 초심으로 돌아가 우일신해 일본의 사죄와 배상 실현에 박차를 가해주기 바랍니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생존시계가 빨라지고 있습니다. 시간이 없습니다.

하루속히 그들의 한을 풀고 극일의 길로 나아가야 합니다. 우리 모두 함께.

/시인·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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