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가정생활
슬기로운 가정생활
  • 연지민 기자
  • 승인 2020.05.25 20: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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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연지민 부국장
연지민 부국장

 

가정의 달 5월이다. 올해는 코로나19로 다른 해에 비해 차분하게 보내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바꾼 일상 중 가정의 모습은 긍정적 요소와 부정적 요소가 교차하며 가족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게 하고 있다.

이는 전 세계가 마찬가지다. 코로나19가 확산되고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세계적으로 가정 폭력 문제가 커지고 있다. 프랑스나 미국 등 인권을 중시하는 국가에서도 가정 폭력 신고건수가 전년보다 30% 이상 증가했다는 발표다. 감염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재택근무와 외출금지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가족 구성원끼리의 폭력과 아동 학대 등 가정불화 문제가 대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일본과 중국에서는 `코로나 이혼'이란 말이 유행할 정도로 부부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일터와 휴식공간이 경계가 없어지고, 아내와 남편이 한 공간에서 장기간 생활하면서 생긴 스트레스가 이혼을 촉발하는 계기가 되고 있음이다.

영국의 유명 이혼 전문 변호사가 “자가격리 후 부부들의 이혼율이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은 현실이 되고 있다. 한국이나 일본보다 먼저 코로나19를 겪은 중국에서는 코로나19가 소강상태에 접어들면서 이혼 상담은 물론 이혼을 신청하는 사례도 크게 늘었다고 한다. 이혼 상담료가 두 배로 뛰었고, 이혼 절차만 밟는데도 한 달 이상이 걸린다는 웃지 못할 뉴스도 전해지고 있다. 코로나19가 가져온 예상 밖의 일상 변화는 가정이라는 소공동체에도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집콕 생활이 길어지면서 가족 간 갈등이 생겼다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가정폭력으로까지는 이어지진 않더라도 집안일과 육아, 잔소리 등등의 이유가 가정 불화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더구나 부부와 자식이 한 공간을 사용하는 한국의 전통적인 가족구조로 볼 때 피로감을 가중시키는 것도 사실이다. 각자 방에서 나오지 않아 얼굴 보기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라는 부모의 탄식은 가족들이 모여 대화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코로나19가 유행시킨 `처음 있는 일'이란 말처럼 평소보다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게 된 가족들이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 부닥친 셈이다.

이처럼 사회생활이 비대면으로 급속히 전환됐지만, 가정생활은 대면이 일상화되면서 벌어지는 소소한 갈등은 가족이 풀어야 할 숙제로 던져졌다. 무엇보다 함께 잘 지내기 위한 가족 구성원 간의 대화와 배려가 행복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충북종합사회복지센터가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실시한 `가족만족도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가족 간 대화 시간이 많을수록 가족만족도 점수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 간 유대관계가 가족만족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현실은 대화와 거리가 멀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충북 도민 응답자 중 대화가 전혀 없거나 10분 미만이란 응답이 10.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평균 대화 시간이 30분 미만이라는 응답자가 절반가량으로 가족 간 대화 절벽을 드러냈다. 반면 가족 간 대화를 방해하는 요소로 텔레비전, 컴퓨터, 스마트폰 사용 등 인터넷이 생활화된 우리의 생활 습관이 대화의 단절을 가져왔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고 인터넷 배제만이 답이 될 순 없다. 코로나19가 던져준 과제를 슬기롭게 풀어가는 것이 가족공동체의 새로운 해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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