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스토리 메이커'를 꿈꾸는 봉황의 날갯짓
'히스토리 메이커'를 꿈꾸는 봉황의 날갯짓
  • 김명철 청주 봉명고 교장
  • 승인 2020.05.18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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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역사기행
김명철 청주 봉명고 교장
김명철 청주 봉명고 교장

 

속세를 떠난다는 속리산에서 발원한 금강의 지류인 무심천이 보은과 미원을 적시고 청주 남들을 풍요롭게 만들고 맑은 고을 청주를 관통한다. 청주시를 정확하게 가로질러 북쪽을 향하는 이상한 하천이 바로 무심천이다. 상류인 듯 하류인 북쪽으로 내려가면(?) 야트막한 산이 무심천 강너머에 보인다. 마한시대 군인들의 집단 무덤인 신봉동 백제고분군과 백제유물전시관이 있는 명심산(明心山)이다. 그리고 명심산 너머에 `봉황새가 울었다'는 백봉산이 있다. 과상미(果商山,果桑山,果産里)라고도 불리는 이곳에도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해온다.

“조선시대 중엽에 한 무리의 보부상들이 청주를 향하여 들어가다가 날이 저물어 무심천을 건너기 전 백봉산 아래에서 잠을 자게 되었다. 한밤중 삼경에 이르자 활시위 소리가 들려 눈을 뜨고 사방을 둘러보게 되었다. 그들은 백봉산 중턱 달빛 아래서 활을 쏘는 다섯 사람의 무사들을 보았다. 이 무사들은 활쏘기를 익히고 나서 몸을 씻고 산꼭대기로 올라가 책을 펴들고 공부를 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면서도 그 무사들은 조용히 예사롭고 정숙하게 행동하였다. 동녘 하늘에 해가 돋을 무렵 안개가 짙게 깔리자 다섯 무사는 보이지 않게 되었다. 보부상들은 마치 신선을 본 것과 같았다. 안개에 휩싸인 백봉산이 얼마나 아름다워 보였는지 모두들 중국에 있는 명산인 과상산(果商山)과 같다고 감탄하여 백봉산을 과상산으로 바꿔 부르게 되었다. 보부상들은 성문으로 들어가 관청에 고하였는데, 관에서도 그 다섯 무사의 정체를 밝혀보려 했으나 찾을 수가 없었다. 후에 전해오는 말에 의하면 그 다섯 무사는 조선의 개국공신 남은 선생의 후예라고 한다.”

백봉산, 신봉동, 봉명동 등의 지명이 말해주듯이 봉황의 기상이 남다른 지역이 바로 봉명동 일대라는 생각을 한다.

역사상 유례없는 개학 연기와 온라인 개학이라는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엄청난 어려움 속에도 교육이 희망이라는 신념으로 교사들은 아이들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어린 새끼일 때는 이 새가 닭인지 봉황새인지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모든 새끼 새가 봉황새가 될 수 있도록 준비시키고 교육하는 곳이 바로 학교다. 모든 학생을 사명자로 우뚝 세워 사회와 국가, 인류에 봉사하는 세계 시민으로 성장시키기 위해서 학교가 존재한다.

왜 봉황을 운운하는가? 닭은 안되는가? 모두가 봉황새가 될 필요는 없지 않은가? 아니다. 모든 학생이 봉황새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과 자존감의 회복은 아이들의 꿈과 희망을 무한대로 키울 수 있기 때문이며, 행복감과 자존감을 높이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연구에 의하면 아이들은 학교생활에서 행복감수성과 우울감수성이 학업성적과 자존감에 지대한 영향을 받고 있음을 나타낸다. 특히 자존감의 경우 고등학생 집단에는 직접적인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업성적이 우울감과 행복감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반면 자존감의 효과는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이다.

한결같은 사랑으로 오늘도 `히스토리 메이커(역사를 만드는 사람)'를 키우는 사람들이 있다. 시공을 초월해 주변의 모든 사연과 삶의 순간순간을 역사의 한 장면으로 승화시켜 `베스트 원'이 아니라 `온리 원'의 교육을 실천하는 위대한 존재들인 교사들을 축복한다. 최근 온라인 수업으로 많이 힘들어하면서도 제자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겨내는 그 모습을….

`이름을 부르면 한 그루 나무로 걸어 나오고, 사랑해주면 한 송이 꽃으로 피어나는, 나의 학생들이 있어 행복합니다'로 시작하는 이해인 수녀의 시 `어느 교사의 기도'가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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