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오동 고인돌 群, 새로운 안전·교육 체험장으로
월오동 고인돌 群, 새로운 안전·교육 체험장으로
  • 연지민 기자
  • 승인 2020.05.11 20: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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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연지민 부국장
연지민 부국장

 

청주 상당구 월오동에서 대규모 고인돌군이 발굴됐다. 중부권에선 청동기시대 고인돌군이 처음으로 발견되면서 학계의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지난 5일 공개된 월오동 고인돌군은 퇴적으로 상하 두 층위를 보이고 있고, 여러 형식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기존 고인돌군과는 다르다는 평가다. 또 고인돌에 쓴 석재 채석장이 확인되면서 월오동만의 고인돌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즉,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강화도·화순·고창의 고인돌에 버금가는 문화재라는 것이다.

그러나 학계 관심과는 달리 충북에선 문화재 관련 이슈는 관심 밖에 머물고 있다. 감염사태가 진정되지 않는 상황에서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한 준비에 바쁜데다, 1조원 규모의 국책사업 유치 결정이 맞물리면서 문화재 발굴 뉴스는 묻히고 있다.

더구나 충북도가 고인돌군 발굴에도 소극적인 행보를 보이면서 보존 계획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 도는 이 일대에 270억 원이 투입되는 충북재난안전체험관 건립 사업을 추진하다 보니 역사적 가치가 높은 문화재 발굴에도 쉬쉬하는 분위기다. 발굴기관인 대한문화재연구원에서 전문가 검토회의도 비공개적으로 진행한 것 역시 같은 맥락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게 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나마 문화재청이 전문가 현장 조사와 회의를 통해 보존을 조건부로 통보했다고는 하지만 도가 어떻게, 어떤 규모로 보존할지 구체적인 계획은 내놓지 않고 있다. 역사적 가치가 있는 지역문화재 보존보다 충북재난안전체험관 건립을 우선시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는 지난 8일 기자회견을 열고 청주 월오동 고인돌에 대한 보존계획을 밝힐 것을 촉구했다. “공공재의 가치로 사유재산을 제한하는 문화재 행정을 강제하는 현실에서 충북도가 앞장서 문화유산을 파괴하는 현실을 두고 볼 수 없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시민단체의 이런 선행적 요구에는 3~4세기 백제 유적으로 구획된 대형 주구묘와 유물 8000여 점이 출토된 오송 봉산리 유적이나, 국내 최대 백제 마을인 청주테크노폴리스 1차 지구가 경제 논리로 파괴된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깔렸다. 백제라는 유구한 역사의 현장에 고층 아파트가 가득 채워지면서 충북지역의 정체성 찾기는 더 멀어졌기 때문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신채호 선생의 어록처럼 개발이란 이름으로 사라진 우리의 문화재는 과거와 미래 속에서도 사라진 역사가 되었음을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계획된 사업을 추진해야 하는 도의 입장에선 불편하기 짝이 없는 일이겠지만, 지역 역사의 현장은 훼손되는 순간 그 가치는 사라진다. 문화재는 공공의 자산인 만큼 개발이란 명분으로 문화재를 묻을 것이 아니라 보존을 위한 다각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월오동 고인돌군 역시 건립과 보존이라는 대치적 관점에서 벗어나 유연한 사고로 두 문제에 해결점을 찾는 것도 지혜다. 월오동 부지는 재난안전체험관을 건립해 도내 어린이들을 위한 안전교육을 체험하는 장소로 활용될 예정이다. 안전을 체험하는 전시관에 우리 지역의 선사문화라는 역사교육의 장을 더한다면 학습장으로의 새 모델이 될 것이 분명하다. 안전과 역사의 관계가 새로운 교육으로 통합될 때 시설의 운영도 효율성을 기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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