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당골 사람들의 쉼터, 음성 충효정(陰城 忠孝亭)
웃당골 사람들의 쉼터, 음성 충효정(陰城 忠孝亭)
  • 김형래 강동대교수
  • 승인 2020.05.10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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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시선-땅과 사람들
음성 충효정
음성 충효정

음성지역은 옛 기록에 잉홀(仍忽), 설성(雪城), 잉근내(仍斤內) 등 여러 이름으로 불렸다. 고구려 때는 잉홀현(仍忽縣)으로 불리다가 신라 경덕왕 16년(757)에 음성현(陰城縣)이라 부르면서 공식적인 지역이름이 되었다.

조선시대의 음성현은 현재의 음성읍 원남면 일대로 작은 군현이었다. 이후 1906년과 1914년에 금왕읍 감곡면 대소면 맹동면 삼성면 생극면 소이면 등 충주와 괴산의 일부 관할 면이 음성군에 편입되면서 그 규모가 커졌다.

음성군은 강원도에서 시작하는 차령산맥과 차령산맥에서 갈라진 노령산맥 사이 골짜기에 자리 잡는 노년기 지형으로 구릉이 옹기종기 흩어져 있고 그 사이로 작은 하천들이 오밀조밀 흐르고 있다. 이런 지형적 특성으로 예부터 밭농사가 발달했었고 주요 농작물로 고추와 담배농사가 유명했다. `여지도서', `풍속'조에도 “검소함을 높이 여기며, 곡식 농사를 많이 짓는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충효정(忠孝亭)은 원남면 상당리 구성말 우측 앞쪽의 들판 한가운데에 있는 조그만 언덕 위에 남동향하여 있다. 앞으로는 넓은 들판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이 좋은 곳이다. 이 지역은 본래 음성군 남면에 속해 있던 지역이었으나 1914년 행정구역 개편에 따라 상당리라 하여 음성군 원남면에 편입되었다. 상당리는 당골 위쪽에 있어 웃당골 또는 상당동이라 불린다.

1872년 음성현 지방지도에 보면, 읍치에서 나와 남면 당골(唐谷:주막거리) 마을에 도착하면 행치(杏峙)를 거쳐 청안현에 이르는 길과 오대산과 도차치(道車峙)를 거쳐 괴산으로 가는 길이 갈라지는데 지금의 36번 국도와 37번 국도가 만나는 하당삼거리 부근에 해당된다.

이곳은 조선시대에 여행자들에게 숙식과 편의를 제공했던 양혜원(楊惠院)이 있었으며, 영남지방에서 한양으로 가는 길목에 있어 마방(馬房)이 번창했던 큰 마을이었다. 상당리와 하당리는 창녕성씨(昌寧成氏) 성삼문(成三問)의 후손들이 많이 세거(世居)하고 있다. 1456년(세조 2) 단종 복위 사건 때 성삼문이 화를 입자 공주로 피난하였다가 음성군 원남면 상당리 순천박씨(順天朴氏) 처가로 와서 정착한 성진헌(成震憲)이 입향조이다.

충효정이 있는 곳은 원래 약 300여년 전에 세워진 피금정(披襟亭)이란 정자가 있었던 곳이다. 피금정이란 “더운 여름날 온몸에 땀이 흘러 정자에 오르면 시원한 바람으로 옷깃을 헤친다”는 뜻으로, 당시에도 마을사람들의 쉼터역할을 했을 것으로 사료된다. 정자 옆에는 수령이 오래된 느티나무가 있어 마을에서 이 터의 역사성을 짐작하게 한다.

피금정은 1939년 하당초등학교가 개교하면서 교실난을 해결하고자 헐어서 교실 짓는 목재로 사용하였다. 오랜 기간 빈터로 남아 있던 곳에 창녕 성씨 문중을 중심으로 마을 사람들이 1990년에 현재의 정자를 재건한 것이다. 정자의 이름도 충효정이라 개칭하였다. 아마도 물질만능의 시대를 살아가는 후손들에게 선조(先祖)인 성삼문(成三問)의 충효정신을 기리고 그 중요성을 일깨워 주려는 의도로 보인다.

대부분의 누정에는 내로라하는 문인들이 지은 시판과 기문이 많이 걸려 있다. 하지만 충효정에는 `忠孝亭'이라 쓰인 편액과 태극기 하나만 걸려 있다. 정자가 근래에 재건되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이 또한 정자의 이름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김형래 강동대교수
김형래 강동대교수

 

충효정은 정면 2칸, 측면 1칸, 겹처마, 팔작지붕의 2층 누형식이다. 정자는 전통목조건축형식을 잘 따르고 있으나 부분적으로 마루나 지붕 등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충효정은 문화재로 지정된 오래된 건물은 아니다. 그러나 주변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곳에 있어 전망을 즐길 수 있는 정자로서, 마을 사람들의 쉼터로서 웃당골 마을의 구심점 역할을 해온 것으로 사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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