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금연·운동 등 생활습관 개선 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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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봉석 청주한국병원 심장혈관센터 과장
  • 승인 2020.05.10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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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살인자' 고혈압
서봉석 청주한국병원 심장혈관센터 과장
서봉석 청주한국병원 심장혈관센터 과장

 

고혈압의 잘 알려진 섬뜩한 별명중의 하나는 ‘침묵의 살인자’이다. 이는 고혈압의 특성을 잘 보여주는 별명이다. 혈압은 심장에서 피를 뿜어낼 때 혈관 내에 생기는 압력으로 정의되고 심장과 혈관에 의해 좌우된다. 혈관을 한 나라의 도로라고 생각했을 때 과속차량(혈압)이 단속이 안 되고 계속 도로를 질주한다면 그 도로(혈관)는 망가지게 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물건을 받아야 하는 지역에 물건이 제대로 도착하지 못하다면 그 지역은 심각한 어려움(뇌졸중, 심근경색, 망막병증 등)을 격게 될 것이다. 또한 과속 차량의 엔진(심장)은 예상 수명보다 훨씬 빨리 고장(심부전)이 나 버릴 것이다.

현재 국내 기준으로 고혈압은 수축기 혈압 140㎜Hg 또는 이완기 혈압 90㎜Hg 이상으로 정의되고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는 것이 정상혈압은 120/80㎜Hg 미만으로 정의 된다는 것이다. 즉 140/90㎜Hg 은 단순히 혈압이 약간 높다는 의미가 아니라 정상 혈압보다 수축기 혈압은 20㎜Hg, 이완기 혈압은 10㎜Hg 높다는 의미가 된다. 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115/75mmHg를 기준으로 수축기 혈압이 20mmHg, 이완기 혈압이 10mmHg 높아질때마다 심뇌혈관의 사망률은 2배씩 증가한다. 즉 고혈압 진단 순간부터 조절되지 않는 혈압은 환자에게 2배나 잘 터지는 심뇌혈관 폭탄을 가지고 다니게 한다는 것이다. 이에 최근 미국에서는 혈압의 기준은 130/80㎜Hg로 낮추고 더욱 적극적인 혈압조절을 권장하고 있다. 최근 WHO 자료에 따르면 사망에 기여하는 여러 인자들 중 당뇨, 비만, 흡연등을 제치고 고혈압이 기여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는 충분히 ‘살인자’라는 별명을 설명해 준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30대 이상의 30%가 고혈압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2016년에 1,100만명을 넘어섰다. 고령화 사회로 진행함에 따라 유병률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고혈압 초기에는 대부분 증상이 없기 때문에 100명중에 30명은 본인에게 고혈압이 있다는 사실은 인지하지 못한다. 특히, 젊은 30~40대에서 그런 경향은 더욱 뚜렷하다. 그렇기 때문에 젊은 시절부터 높은 혈압을 무시하고 지냈던 환자에게는 첫 증상이 심부전이나 뇌졸중, 심근경색 같은 심각한 합병증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더욱 흔하다. 이러한 점이 고혈압이 ‘침묵의 살인자’ 라는 섬뜩한 별명을 가지게 된 원인이다.

고혈압의 기본관리는 생활습관개선과 약물요법이다. 체중조절, 염분섭취제한, 운동, 음주제한, 금연등과 같은 생활습관개선이 도움이 되며 이것만으로 혈압이 조절 되지 않을 경우에는 약 복용이 동반되어야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약물치료에 정서적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약은 한번 먹기 시작하면 계속 먹어야 한다는데…’ 라면서 약물 치료를 꺼려하는 환자들을 많이 보게 된다. 손바닥으로 아무리 하늘을 가려도 고혈압이란 폭탄의 타이머는 계속 흘러간다는 것을 우리는 명심해야 한다.

치료 도중 혈압이 조절되고 혈압이 낮은 것 같다고 해서 의사와 상의 없이 중단하는 것도 주의해야 한다. 이는 저혈압이 고혈압보다 해롭다는 잘못된 상식으로 인한 경우가 많다. 저혈압으로 어지럼증과 같은 증상을 초래해서 낙상 위험성을 높이는 경우에는 약의 조절이 필요하겠지만 증상이 없는 저혈압은 치료의 대상이 아니며 그 자체로는 위험성이 전혀 없다.

고혈압은 우리의 몸속에 폭탄처럼 자리 잡고 있을 수 있고 관리되지 않는다면 여기저기에서 폭발을 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적절히 관리만 된다면 ‘침묵의 살인자’라는 별명의 폭탄은 영원히 불발탄으로 남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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