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외로운 가정의 달
더 외로운 가정의 달
  • 김금란 기자
  • 승인 2020.05.06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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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김금란 부국장
김금란 부국장

 

가정의 달 5월.

말만 들어도 정겹다.

코로나19만 없었다면 어린이날도, 어버이날도 챙겼을 터이다.

고맙고, 감사한 일들은 수두룩한데 코로나19 사태로 사회적 거리를 두다 보니 어느덧 마음의 거리까지 두며 살고 있다.

수개월째 이어진 코로나19와의 전쟁은 가정의 달 풍경까지 바꿔놓았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 부부의 날 등 5월은 기념일이 많다 보니 만남도, 외출할 일도, 선물할 일도 많았다.

가벼운 지갑 탓에 심적 부담이 컸던 달이었다.

올해는 사정이 달라졌다.

코로나19 탓에 각종 시험이 연기됐고, 학교도 등교 안 한 지 오래라 시간적 여유는 있지만 정부가 사회적 거리를 두고 만남을 자제하라고 하니 가족을 만나지 않아도 심적 부담은 덜게 됐다.

그래서인지 직장인 절반 이상은 가정의 달 바깥 외출을 하지 않겠다고 말한다.

유진그룹이 유진투자증권, 동양, 유진저축은행 , 한일합섬 등 계열사 임직원 1202명을 대상으로 가정의 달 계획을 묻는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50.6%가 외출을 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답했다. 어버이날 외출을 계획하고 있다는 응답은 34.7%에 불과했다.

외출을 꺼리면서 가정의 달에 계획한 지출 경비는 큰 폭으로 줄었다. 가정의 달 기념일을 통틀어 예상 지출 비용은 평균 55만6000원으로 지난해(76만원)에 비해 27% 감소했다.

부모를 챙기고 싶은 마음은 굴뚝인데 코로나19가 걸림돌이었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5월이 더 외롭고 더 슬프다는 노인들이 많다.

그래서인지 있는 부모를 챙기기는 커녕 짐짝으로 여기는 자식으로 인해 학대 받는 노인 비율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

그들도 젊은 시절 아버지, 어머니로 불리며 자식 공부시키느라 청춘을 바쳤을 것이다.

보건복지부가 발간한 2018 노인학대현황보고서에 따르면 노인학대 전체사례 건수는 1만5482건으로 2014년(1만569건) 대비 46.5% 증가했다. 학대 사례 신고 건수는 2014년 3532건에서 2018년 5188건으로 46.9% 증가했고, 일반사례는 2014년 7037건에서 2018년 1만294건으로 46.3% 늘어났다. 학대 장소로는 가정 내 학대가 4616건(89.0%)으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학대행위자로는 아들(37.2%)이 가장 많았고, 이어 배우자(27.5%), 기관(13.9%), 딸(7.7%) 순이었다.

청주의 한 노인 요양원에서 요양보호사로 일하는 지인은 비가 오는 날이면 곤혹을 치른다.

그는 집에 간다고 보따리를 주섬주섬 챙기는 노인들을 말리느라 애를 먹고, 자식에게 전화 걸어달라는 성화에 눈물을 머금는다고 털어놨다.

요즘 각계각층에서는 코로나19로 애쓴 의료진을 향해 격려와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덕분에 챌린지'에 동참하고 있다.

유치원 원아부터 대학생, 유명 연예인, 정치인, 직장인, 대학 총장 등 나이와 직업, 성별 상관없이 그들은 `존경합니다'를 의미하는 수어동작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있다.

내일은 어버이날이다.

고마운 마음은 표현하지 않으면 누구도 알 수 없다.

얼굴도 모르는 의료진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면서 내 부모에게 고마움을 전하지 않는 것도 도리가 아니다.

부모를 향한 고감사(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의 마음을 담아 `덕분에 챌린지'를 보내면 어떨까.

부모의 주름진 얼굴에 퍼지는 미소를 보고 싶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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