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 미국의 화단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전쟁의 승리를 구가하며 추상표현주의 미술이 축제의 장을 열고 있었다. 당시 추상표현주의는 의식과 표현 행위의 새로운 장을 열며 순수한 자아표현의 수단으로써의 미술을 추구하였다. 그러나 그러한 주관에 의한 자아표현은 현실적이지 못하고 역사적이거나 사회적인 이슈를 다루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더구나 추상표현주의자들이 만들어낸 추상적인 상징은 개인의 내면세계의 표출에만 집착하여 그 이상이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아카데미즘에 빠져들고 있었다. 재스퍼존스는 바로 이러한 문맥 속에서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미술을 추구하게 된다.
존스는 문명을 `제2의 자연'으로 보았고 물질문명에의 긍정적인 관심과 함께 새로운 표현방식을 추구하게 된다. 다시 말해 추상표현주의자들이 `개인의 표현'을 하였다면 존스는 `사회의 표현'에 눈을 돌리게 된 것이다. 그는 이러한 전위운동의 기수로서 추상표현주의의 막다른 골목에서 기성의 아카데미즘을 부정하고 현실의 오브제를 화면에 도입하여 새로운 해결책을 모색한다. 존스의 예술은 바로 일반 대중이 사용하고 있는 사물을 미술의 영역 속에 적극적으로 참여시키는데서 출발하였다. 그는 이전까지 그림의 대상으로 전혀 생각지도 못하고 흥미도 줄 수 없는 소재들을 반어적으로 취급하여 1960년대 가장 흥미 있는 오브제회화를 전개하여 미술에 있어 보다 확장된 의미를 부여한다.
그의 1958년 작품
그의 성조기는 회화이면서 동시에 현실의 대상인 성조기이다. 그는 2차원의 오브제를 2차원의 평면에 묘사함으로써 실물인지 그림인지 분간하기 어렵게 하여 우리에게 `본다'는 행위에 대한 원초적인 물음을 환기시켜주는데, 어떻게 볼 것인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본다'고 하는 행위 자체에 대한 모호한 구조를 문제시하였다. 말하자면 존스는 `정신이 이미 인식하고 있는 사물'을 도상으로 채택하여 알고 있는 것(knowing)과 봄(seeing)사이의 관계를 제시함으로써 우리에게 이미 잘 알려진 사물들을 다른 차원으로 지각하는 기회를 주었던 것이다.